한국 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실리콘밸리다. 캐나다 서부의 관문인 밴쿠버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만난 김재우 KOTRA 밴쿠버무역관장은 밴쿠버를 단순한 북미 진출 거점이 아닌, 한국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도시로 바라봤다. 그는 이 도시의 경쟁력을 한 단어로 '포용(Inclusiveness)'이라 정의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여러 해외 무역관에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온 김 관장은 도시를 평가할 때 시장 규모뿐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진 문화와 가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바라보기보다, 도시마다 다른 비즈니스 환경과 사회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가 밴쿠버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포용’이었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밴쿠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현지와 관계를 형성하고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캐나다 시장을 바라볼 때도 같은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현지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이러한 신뢰가 한국 기업들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제조업은 물론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까지 한국의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보여준 한국인들의 성실함과 책임감, 끈기 있는 태도와 감각적인 문화적 역량이 대한민국 브랜드의 신뢰를 높여왔다는 것이다.
사진=엄주형 기자
그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근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끈기 있게 목표를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가 하면, K-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공감을 끌어내는 감성도 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김 관장은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이 밴쿠버가 가진 포용성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원칙이 AI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는 누구나 AI를 통해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기업과 기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김 관장이 반복한 것은 결국 ‘신뢰’였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야말로 캐나다 시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규모는 숫자로 비교할 수 있지만, 문화는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이해된다. 김 관장이 밴쿠버를 ‘포용의 도시’라고 표현한 것은, 이 도시가 가진 규모가 아니라 사람과 관계를 대하는 방식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