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숨은 세금 함정’ 따져봐야 실효세율·IRMAA 변수도 주의 사항 개인별 시뮬레이션 해보고 판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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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둔 고객들은 나중에 세금이 없는 게 좋다는 단순 논리로 로스(Roth) 전환을 고려할 때가 많다. 이런 조언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답처럼 포장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숫자를 정밀하게 돌려보면, 로스 전환이 오히려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손해는 전환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로스 전환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 네 가지를 짚어보고, 왜 “일단 전환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이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전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세금을 미리 내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는 판단으로 로스 전환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미리 예측 가능한 수치를 면밀히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세율 구간(Bracket)과 실효세율(Effective Rate)은 달라
로스 전환을 권하는 논리의 핵심은 대개 “지금 24% 구간이지만 나중에는 35% 구간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한계세율 비교다. 하지만 실제로 가정이 내는 세금은 소득 전체에 단일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누진 구조로 계산된 실효세율이다. 한계세율 구간은 소득의 ‘마지막 1달러’에 적용되는 세율일 뿐, 가구가 실제로 부담하는 평균적인 세금 부담률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많은 설명에서는 이 둘을 섞어 쓰면서 “구간이 올라가니 세금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인상을 준다. 1950년부터 2025년까지의 자료를 보면, 은퇴 전 중상위 소득 가구의 평균 실효세율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상승해 온 반면, 은퇴 후 실효세율은 그보다 뚜렷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사회보장연금의 일부 비과세 혜택과 인출액 구조상 은퇴 후 과세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계세율 구간만 보고 “나중이 더 비싸다”고 단정하면, 실제 계산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로스 전환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는 반드시 전환 시점과 인출 시점의 실효세율을 비교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표 하나로 끝낼 일이 아니라 개인의 소득 구조, 사회보장 수령 시점, 거주 주(state)의 세제, 향후 예상되는 지출 패턴까지 포함한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작업이다. 같은 ‘24% 구간’이라는 말도 가구마다 실제 부담하는 세금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환 자금으로 낸 세금의 기회비용을 잡아야
로스 전환의 가장 큰 함정은 세율 비교가 아니라 ‘전환 시 낸 세금’ 자체의 기회비용이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를 전환하면서 3만 달러를 세금으로 낸다면, 그 3만 달러는 더 이상 투자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 돈이 된다. 반면 전환을 하지 않았다면 그 3만 달러까지 포함된 원금 전체가 계속 복리로 불어난다.
두 시나리오를 같은 세율, 같은 수익률로 가정하면 산술적으로는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단순 비교표가 자주 인용되는데, 표면적으로는 “전환을 하든 안 하든 결과는 똑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이 비교는 두 가지 중요한 전제를 깔고 있다. 첫째, 전환 시점의 세율과 인출 시점의 세율이 동일하다는 가정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둘째, 세금을 낸 후 남은 돈과 세금을 내지 않은 전체 원금이 같은 수익률로, 같은 기간 동안 투자된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금이 투자되는 기간, 시장 상황, 인출 순서 등이 모두 다르게 흘러간다.
이 비대칭성을 무시한 채 “세금은 지금 내나 나중에 내나 똑같다”는 식의 단순 비교는 정교한 재무 모델링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전환에 필요한 세금을 은퇴 계좌가 아닌 별도의 현금으로 마련하지 못해 계좌 내 자산을 헐어 세금을 내는 경우, 기회비용은 더욱 커진다. 전환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세금 납부액의 기회비용’을 별도 변수로 넣어 장기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하며, 세금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다시 보는 배우자 사망 후 상황
로스 전환을 권유할 때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논리는 “배우자 한쪽이 사망하면 생존 배우자는 싱글로 신고하게 되어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실제 영향은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 합산 신고와 싱글 신고의 세율 구간 차이를 단순히 퍼센트로 비교하면, 예를 들어 24% 구간에서 35% 구간으로 올라간다고 할 때 약 46%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식의 비교는 자극적이고 기억에 남기 쉽지만, 부부가 실제로 24%라는 단일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싱글이 35%라는 단일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해를 부른다. 실제 실효세율로 계산하면 그 차이는 훨씬 작다.
▶IRMAA, 순투자소득세 효과
로스 전환은 단순히 “세금을 지금 내느냐 나중에 내느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전환 금액이 그해의 조정총소득(MAGI)을 끌어올리면서 여러 부수적인 비용을 함께 발생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메디케어 파트 B와 D 보험료에 적용되는 IRMAA(소득연계 추가보험료) 페널티다. 전환 규모가 커서 소득 구간을 한 단계 넘어서면, 단지 몇 달러 차이로 연간 수천 달러의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순투자소득세(NIIT) 3.8%가 적용되는 소득 기준을 넘어서거나, 사회보장연금 중 과세 대상 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수적 효과들은 전환을 검토할 당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막상 다음 해 세금 신고나 메디케어 고지서를 받아보고서야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 전환 금액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누어 진행하면서 매년 소득 구간과 IRMAA 임계값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결국 로스 전환은 한 해의 세금 계산서만 보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메디케어 보험료, 투자소득세, 사회보장연금 과세 비율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계의 영역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별 시뮬레이션 필요
결국 로스 전환은 “세금이 없는 게 좋다”는 감성적 슬로건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보유 자산의 종류와 규모, 사회보장연금 수령 시점, 메디케어 보험료 산정에 영향을 주는 IRMAA 페널티, 순투자소득세(NIIT), 그리고 자녀 세대에게 상속될 경우의 예상 세율까지 여러 변수가 동시에 얽혀 있다. 더구나 이러한 요소들은 전환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에 걸친 인출 전략, 상속 계획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장기 설계의 영역이다.
어떤 가정에는 전환이 분명히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소득이 일시적으로 낮은 해이거나, 향후 상속받을 자녀가 본인보다 훨씬 높은 세율 구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혹은 전환에 필요한 세금을 은퇴 계좌 밖의 별도 자금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반대로 비슷해 보이는 다른 가정에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일반화된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본인의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로스 전환은 분명 유용한 도구다. 평생 세금 없는 인출이라는 장점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러나 도구는 쓰임에 맞게 사용할 때 가치가 있다. “세금 없는 게 무조건 좋다”는 직관적인 말에 이끌려 결정하기보다, 본인의 소득 구조와 자산 구성, 가족 상황을 반영한 구체적인 숫자를 먼저 확인하길 권한다.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전, 실효세율 기준의 장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결정이 내 자산을 실제로 늘리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한 번의 잘못된 전환 결정이 수만 달러, 많게는 수십만 달러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토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