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70.9% 증가한 1023억 달러(158조4627억원)로 집계, 독일과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월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지난달 한국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월 수출 1000억 달러’ 돌파라는 기록을 썼다.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수출이 역대 처음으로 월 4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연 수출 1조 달러라는 목표 달성도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70.9% 증가한 102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이런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수출 증가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였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9.5% 증가한 448억2000만 달러였다. 사상 처음으로 월 수출 4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지난 5월(372억 달러) 세운 역대 월 수출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3.8%로 1년 전보다 18.8%포인트 높아졌다. 월 수출액에서 반도체 비중이 40%를 넘은 건 지난 5월(42.3%)이 처음인데, 한 달 사이 1.5%포인트 더 비중이 커졌다.
반도체 외 품목들도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지난달 20대 주력 수출품목 중 18개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9개 품목(반도체·컴퓨터·자동차·석유제품·전자기기·비철금속·농수산식품·화장품·바이오헬스)이 역대 월 수출 순위에서 1위를 달성했다. 컴퓨터 수출은 5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08.8% 급증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신제품 판매 호조세 등으로 51.9% 증가한 15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철강 등의 기존 주력 품목들의 수출도 증가했다. 자동차(67억1000만 달러) 수출은 부품 공급 안정화와 생산물량 증가 등으로 5.8%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부품(17억4000만 달러) 수출은 생산 현지화 확대와 글로벌 신차 수요 회복 지연 등으로 2.4% 감소했다. 철강(21억4000만 달러) 수출은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라 건설용 자재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2025년 4월 이후 14개월 만에 플러스(9.6%)를 기록했다.
월별 수출액 및 반도체 비중 추이
지난달 수입은 1년 전보다 30.1% 증가한 661억 달러로, 에너지 수입이 45.1% 증가했다. 원유 수입 물량은 10% 줄었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액은 50.4% 증가한 86억 달러였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271억4000만 달러 증가한 361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 돌파했다.
상반기(1~6월) 누적으로 보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48.4% 증가한 4967억 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반도체는 163%, 반도체 외 품목 수출도 16% 증가했다.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 등에 따라 수입(2584억 달러)이 16.6% 증가했지만, 수출 상승 폭이 이를 뛰어넘으며 무역수지(1383억 달러)도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세계 순위 5강 달성도 가능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1~4월 수출 실적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5위였다. 일본은 8위에 그쳤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네덜란드는 수입의 약 40%를 바로 수출하는 단순 재무역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거의 수출 4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의존도가 커진 만큼 하반기 수출의 관건 역시 반도체에 달렸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대비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강 실장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반도체 가격 단가의 변동성은 전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불안 요인”이라고 했다. 유가 변동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둔화 가능성, 유럽연합(EU) 철강 관세할당제(TRQ) 등 보호무역 조치, 내연기관차 수요 감소와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자동차부품 수출 부진도 변수로 남아 있다.
대규모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1500원대 중반의 높은 원-달러 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연기금·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수출기업들의 달러 보유 선호로 국내 외환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제한된 데다,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이 겹치며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이 수출에는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수출 증가에 미친 영향은 적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강 실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품목이 달러 기준 고정가로 수출되고 있어 환율에 따라 수출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