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은 2026년 상반기 동안 한글 관련 문화유산 총 71건 659점을 개인 및 기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국가등록문화유산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1949년)로 이훈(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부부가 아버지 이수창씨를 대리해 기증했다. 사진은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1960년대부터 타자기학원을 운영한 학원장이 틈틈이 모았던 100년 역사의 타자기 수집품이 국가 품으로 기증됐다. 광복 직후 미국 업체가 위탁 제작했던 초창기 한글 타자기(공병우 타자기)도 포함해서다.
1일 국립한글박물관(이하 박물관)에 따르면 이수창(88)씨의 장남 이훈(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김화민 부부가 아버지를 대리해 국가등록문화유산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 등 20건 29점을 최근 박물관에 기증했다. 한글 기계화의 선구자 공병우(1907~1995) 박사가 고안한 세벌식 자판 방식의 ‘공병우 타자기’는 1949년 미국 언더우드사를 통해 위탁 생산되기 시작, 한글 타자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처음 생산된 3대가 모두 전해지며 2013년 일괄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기증자 이씨는 1960~80년대 서울에서 ‘뉴타자기학원’을 운영하며 약 90만 명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이렇게 모은 사재로 세계 각지의 타자기를 수집했다. 해먼드 멀티플렉스(1913~1915), 언더우드 유니버설(1932), 스미스 코로나, 로열, 레밍턴, 올리베티, 올림피아 등 유서 깊은 모델과 한글 자판이 적용된 국산 타자기를 아우르는 컬렉션이다. 특히 등록유산이 된 ‘공병우 타자기’엔 “한글문화재, 근대문화재로 국내 최초로 지정” “꼭 한글박물관을 만들 것”이라는 친필 메모를 붙였다. 박물관 관계자는 “아들 부부가 이 메모를 발견하고 노령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께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알리자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전했다. 이씨는 앞서 1986년 교육 분야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바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26년 상반기 동안 한글 관련 문화유산 총 71건 659점을 개인 및 기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국가등록문화유산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1949년)가 든 가방으로 이수창씨의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세벌식은 초성·중성·종성을 각각 따로 자판에 배열한 방식으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 창안한 방식이다. 두벌식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자판 형식으로 자음과 모음, 두 가지로만 글자를 나눠 배열한다. ‘공병우 타자기’는 실용화된 한글 타자기의 초창기 제품에 해당한다. 박물관은 1934년 처음 개발된 네벌식 자판의 ‘송기주 타자기’(국가등록문화유산)도 소장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한글날 제정 100주년, 훈민정음 반포 580돌,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2026 한글 기증의 해’를 선포하고 연초부터 적극적인 기증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동안 총 71건 659점을 개인 및 기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 2014년 박물관 출범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기증 행렬이다.
여기엔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에서 운영한 한글강습소 ‘한글배곧’의 졸업장 ‘마친보람’(1916년 추정)과 최남선이 만든 최초의 아동 전용 잡지 『붉은저고리』 창간호(1913년 1월)도 포함됐다. 두 건 모두 국립한글박물관 후원회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며, 후원회 측은 회원사인 웅진씽크빅에서 1억 원을 쾌척한 데 힘입어 이들 유물을 구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26년 상반기 동안 한글 관련 문화유산 총 71건 659점을 개인 및 기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주시경 선생이 운영한 한글학회 산하 교육기관인 한글배곧의 졸업장 '마친보람'(1916년 추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 후원회가 기증했다.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은 2026년 상반기 동안 한글 관련 문화유산 총 71건 659점을 개인 및 기관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1913년 1월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아동들을 교육, 계몽하기 위해 창간한 최초의 아동 잡지 『붉은저고리』 창간호(1913년 1월)다. 국립한글박물관 후원회가 기증했다.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이밖에 방언학자 곽충구 교수의 기증에 따라 1970~2000년대 방언 조사 녹음기, 가방, 현지 조사 노트, 카세트 테이프 280점, 방언조사를 기록한 담뱃갑과 광고지 뒷면 등 자료 32건 610점이 확보됐다. 이익섭·정승철·김주원 교수의 방언 조사 노트, 1637년 간행된 『권념요록』 등도 이번 기증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