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가상화폐 규제를 풀고 업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편 첫해, 관련 사업으로만 14억 달러(약 2조1700억원)가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해인 2024년 수입액 6억 달러(약 93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대통령 권한으로 키운 산업에서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구조여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 15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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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수입만 14억 달러…최고 수입원으로 등극
미 공직자 재산 신고를 접수하는 미 정부윤리청(OGE)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연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가상화폐 관련 활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과 아들들이 관여한 가상화폐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을 통해 5억8800만 달러(약 9114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신고했다.
또 자신의 밈코인인 ‘$트럼프’를 통해 6억3600만 달러(약 9858억원)의 로열티를 받은 내용과 스테이블코인 홀드코 지분 매각으로 얻은 1억9700만 달러(약 3054억원) 수익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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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초강대국” 선언 뒤 수익 챙겨
문제는 이런 수입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겹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미국을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재집권 뒤 관련 업계에 우호적인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 1월 디지털금융 기술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후 같은 해 7월에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첫 연방 규제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에 서명하며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에도 속도를 냈다.
규제기관의 기류도 코인 업계에 유리하게 바뀌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미등록 증권거래소 역할을 한다”며 제기한 주요 가상화폐 기업 대상 소송을 철회했다. 법무부 역시 가상화폐 범죄 전담조직을 해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가상화폐 규제를 되돌리고 업계 주요 기업들에 대한 소송을 끝내는 동안 대통령 본인은 암호화폐 지분을 늘렸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월드리버티파이낸셜 토큰 157억5000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치는 최근 하락에도 약 9억 달러(약 1조3950억원)로 평가된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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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합의금, 골프·리조트까지…전통적 기반도 건재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사업과 합의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거액의 수입도 신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엑스(X), ABC, CBS, 유튜브, 메타 등과의 소송 합의로 8650만 달러(약 1341억원)를 받았다. 또 트럼프 시계 470만 달러(약 73억원), ‘세이브 아메리카’ 도서 190만 달러(약 29억원), ‘레터스 투 트럼프’ 사진집 59만1000달러(약 9억원) 등에서 수입을 올렸다.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수입이 신고됐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등을 포함한 골프·리조트 사업에서 2억9000만 달러(약 4495억원) 이상의 소득을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리조트 시설 매출이 5억 달러(약 7750억원)를 조금 넘었을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수익 기반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가상화폐가 이를 뛰어넘는 최대 수입원으로 떠오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워싱턴힐튼에서 열린 신앙과자유연합 2026 정책 콘퍼런스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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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인맥이 건넨 초호화 티켓 선물
고가 스포츠 이벤트 티켓 선물도 해당 자료에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월드컵, 슈퍼볼, 라이더컵 등 구하기 어려운 주요 스포츠 행사 티켓 수십 장을 친구와 정치적 우군, 스포츠계 인사들에게서 받았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1만5000달러(약 2300만원) 상당의 월드컵 결승 티켓 10장, 5만 달러(약 7750만원)로 평가된 슈퍼볼 티켓 10장 등이 포함된다. “이들 스포츠 티켓 선물의 액면가가 12만 달러(약 1억8600만원)를 넘는다”는 게 WSJ의 평가다.
WP는 이번 공개가 그의 방대한 자산을 부분적으로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공직자 재산공개 규정상 자산 가치는 정확한 액수가 아니라 구간으로 신고된다. 가장 높은 구간도 5000만 달러(약 775억원) 이상으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큰 자산을 갖고 있어도 공개 자료에는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WP는 설명했다.
가상화폐 관련 수입액 증가를 놓고 백악관은 이해충돌 의혹을 부인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명령과 지니어스법 지원 등을 통해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든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이나 그의 가족은 이해충돌에 연루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결코 연루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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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제조업체 주식 매입 직후 조달 공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충돌 논란은 가상화폐에만 그치지 않는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테이저건 제조업체 액손 엔터프라이즈 주식을 100만~500만 달러(약 15억5000만~77억5000만원)어치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2주 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테이저건 약 1만7800정과 카트리지, 교육 등을 포함해 5년간 2억2000만 달러(약 3410억원) 규모의 구매 계획을 공고했다.
ICE 공고에는 액손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공고문에서 제시한 사거리 약 13.7m 등 세부 사양이 액손 제품에만 들어맞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입찰 단계이긴 하지만 사실상 앱손 제품 구매가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달 과정에 관여했거나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았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콧 베슨트 미국 재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백악관 암호화폐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적극 반박했다. 켈리 대변인은 “대통령의 자산이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들어 있고, 투자는 대통령 본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독립된 제3의 회사가 운용한다”며 “관련 의혹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낡은 서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CNBC는 “일반 행정부 공무원과 달리 대통령에게는 법적으로 이해충돌 규정의 예외가 적용된다”면서도 “윤리적인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일 재정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주가 상승으로 모두가 돈을 벌고 있어 그렇다”며 “나는 (재산관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돈이, 현금이 많아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래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만큼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도 크게 늘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