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이 가주 재정을 살렸다. 개빈 뉴섬(사진) 주지사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교육과 복지 지출을 이어간 3517억 달러 규모의 2026~2027회계연도 예산안에 서명했다. 임기 마지막 예산안인 만큼 차기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재정 건전성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동시에 내세운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예산안은 긴축과 확장을 절충한 성격을 띤다. 가주는 최근 몇 년간 재정 적자 우려에 시달려 왔지만 AI 산업 호황과 증시 강세로 자본이득세 수입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교육과 복지 지출 여력을 확보했다. 다만 경기 변동성에 대비해 추가 세수 중 약 64억 달러는 예비 계정에 적립하기로 했다.
교육은 이번 예산안의 최대 수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유치원부터 커뮤니티칼리지까지 총 1280억 달러가 배정됐으며 이는 지난 5월 주지사 수정 예산안보다 약 4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학생 1인당 교육 예산은 역대 최고 수준인 2만1148달러로 증가했고, 특수교육에는 18억 달러가 추가 투입된다.
다만 일부 교육 지원 사업은 축소됐다. 비영리 매체 캘매터스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들이 연구자료와 학술 콘텐츠를 이용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컴퍼스(Compass)' 운영 예산 550만 달러가 전액 삭감됐다. 2018년 도입된 컴퍼스는 K-12 학생과 교직원을 중심으로 누적 이용 건수가 10억 회에 달하는 서비스로 예산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2027년 7월 종료된다.
노숙자 지원 예산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 예산안은 노숙자 주거·지원·예방(HHAP) 프로그램에 9억 달러를 배정했다. HHAP는 2019년 뉴섬 주지사가 도입한 대표적인 노숙자 지원 사업으로, 2023년 이후 11만 명 이상을 영구주택으로 연결하고 약 40만 명에게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지방정부의 노숙자 정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가 예산 투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주의회와 지방정부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지원을 재개했다. 당초 주지사실이 제안했던 5억 달러보다 4억 달러 늘어난 9억 달러가 최종 반영된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절충의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캘(Medi-Cal) 수혜 축소가 일단 미뤄졌다. 주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일부 이민자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치과 진료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시행 시기를 2027년 7월로 1년 연기했다.〈본지 6월 30일자 A-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