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호황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등장했다. 올해 초만 해도 1~2%대에 머물던 전망치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잇달아 상향 조정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계 금융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와 네덜란드계 ING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모두 4.0%로 전망했다.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4.1%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 가운데 한국은행의 5월 전망치(2.6%)를 웃도는 3% 이상 성장률을 제시한 기관은 11곳에 달했다. JP모건(3.7%), 내셔널호주은행(NAB)·호주뉴질랜드은행(ANZ)·iM증권(3.6%), 블룸버그이코노믹스·씨티(3.5%) 등이다.
4%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2021년(4.0%) 이후 5년 만이다. 다만 2021년 성장은 코로나19 침체로 고꾸라졌던 성장률이 크게 반등한 ‘기저효과’ 성격이 강했다. 올해 들어 성장률 눈높이를 다시 끌어올린 핵심 배경은 반도체다. AI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고,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낙관론이 번졌다.
CE는 넉 달 전만 해도 중동발 고유가가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0%, 3월 1.6%, 4월 2.7%에 이어 지난달 4.0%로 거의 매달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가레스 레더 CE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경제는 에너지 가격 충격을 대부분 털어냈으며 AI 관련 제품에 대한 강한 수요가 견조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NG도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이 수출을 넘어 민간소비·정부지출·투자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민주 ING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랠리를 이끌었고, 두 회사가 대규모 성과급과 배당을 약속하면서 소비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다만 수혜가 고소득·고자산 가구에 집중돼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 상향도 이어지고 있다. 씨티는 전날 반도체 호황과 기술 설비투자 확대, 9월 초까지 25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5%로 높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을 크게 웃돌고, 기업과 가계의 소득 개선이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3.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 대비 1.8%로 속보치(1.7%)보다 0.1%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신현송 총재도 지난달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