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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에 어떤 역할이 있다면”...카리나 추천 이 문장, 매드클라운까지 빠진 이유

중앙일보

2026.06.30 23:02 2026.06.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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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만난 매드클라운(왼쪽)과 이제야. 이제야 시인은 “맞춰입지 않았는데 드레스 코드가 같다”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17일 만난 매드클라운(왼쪽)과 이제야. 이제야 시인은 “맞춰입지 않았는데 드레스 코드가 같다”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티났어?”

좋아하는 상대에게 조심스레 건넬 법한 말. 매드클라운(본명 조동림, 41)이 지난달 22일 발매한 신곡 제목이다. 그는 가수이자 래퍼, 프로듀서다. 2006년 데뷔해 ‘착해 빠졌어’ ‘화’ 등 히트곡을 냈고, 지난해엔 정규앨범 ‘애니싱 고즈 투(Anything Goes 2)’를 발매해 타이틀 곡 ‘죽지마’로 많은 청자의 공감을 샀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티났어’의 도입부가 낯익을 테다. “눈빛에 어떤 역할이라면/진심을 느닷없이 들키기 좋다는 것” 이제야(39) 시인의 시집 『진심의 바깥』(2025)에 실린 첫 번째 시 ‘눈빛의 탄생’의 변용이다. 이제야는 방송작가 출신의 시인으로, 2012년 등단해 『일종의 마음』 『슬픔의 펼침면』 등을 냈다.

이제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진심의 바깥』. [사진 에피케]

이제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진심의 바깥』. [사진 에피케]



“눈빛에 어떤 역할이 있다면/진심을 느닷없이 말하기 좋다는 것” 이제야가 쓴 이 문장은 지난해 유독 많은 독자에게 읽혔다.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SNS에 공유됐고, 배우 박정민이 “끌어안고 읽은 시집”이라며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추천한 후로 판매량이 약 10배나 늘었다.

이 문장이 매드클라운에게도 닿아 노래가 됐다. 나아가 매드클라운과 이제야의 장기 협업 물꼬를 텄다. 가수와 시인은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곡 공개를 앞둔 지난달 17일, 둘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이제야(오른쪽)는 ‘티났어’를 듣고 여름밤이 떠오른다고 했다. 둘의 작사 협업으로 나온 ‘티났어’는 매드클라운(왼쪽)과 인디 가수 죠지가 불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제야(오른쪽)는 ‘티났어’를 듣고 여름밤이 떠오른다고 했다. 둘의 작사 협업으로 나온 ‘티났어’는 매드클라운(왼쪽)과 인디 가수 죠지가 불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협업의 시작이 궁금하다.
A : 매드클라운(이하 매)= “지난 3월 카리나와 박정민 배우가 추천한 이제야 시인의 문장을 읽었다. 가사로 들으면 좋겠단 생각에 곧장 시인의 SNS를 찾아 연락했다. 문장 하나만 있어도 가사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 이제야(이하 이)= “소속사를 통하지 않고 연락해 처음엔 사칭인 줄 알았다. (웃음) 가수로부터의 협업 요청은 처음이었다. 만나보니 예술가를 향한 존중이 깔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좋아하던 가수이기도 해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Q : 협업 방식은.
A : 매= “시인이 일상을 보내다 든 생각, 문득 들여다본 장면을 편하게 공유해달라고 했다. 사진도 좋고, 짧은 글도 괜찮다고.”


Q : 독특하다.
A : 매= “시인은 다르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각을 가지고,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장면을 발견하는 사람. 그 순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 날카롭게 연마한다. 이제야 시인만의 시선이 궁금했다.”

둘에게 이 협업은 도전이었다. 매드클라운은 시 인용을 허락받고 가사를 쓴 적은 있지만, 시인과의 본격 협업은 처음이다. 이제야는 작사 자체를 처음 했다. 이제야는 처음엔 한두 문장의 글과 사진을 보냈다. 매드클라운은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 문장이라 좋다. 발라드나 서정적인 곡으로 발전시켜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피드백했다. 나중엔 곡이 될 수 있는 분량의 가사도 보냈다.

이제야가 ‘영감’을 전하면, 매드클라운이 가지고 있다가 곡으로 조합할 수 있을 때 작업해 내놓는 식이다. 지난 3개월간 둘은 이렇게 교류했다. 앞으로도 제한을 두지 않고 협업하려 한다.

“수고스러운 일을 왜 저랑 하려고 하세요?” 이제야(오른쪽)는 매드클라운을 만났을 때 물었다. 그는 작사를 꾸준히 해 온 아티스트이기 때문. 인터뷰에서 매드클라운은 “시인들은 나보다 전문가”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수고스러운 일을 왜 저랑 하려고 하세요?” 이제야(오른쪽)는 매드클라운을 만났을 때 물었다. 그는 작사를 꾸준히 해 온 아티스트이기 때문. 인터뷰에서 매드클라운은 “시인들은 나보다 전문가”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티났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A : 매 =“좋은 문장을 놓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작사에서 중요하다. ‘티났어’는 내가 시인을 알게 된 그 문장을 토대로 작업했다. 무언가를 들키지 않고 싶었는데, 눈빛 때문에 들켜버린 상황이 떠올랐다.
A : 이= “매드클라운이 ‘티났어’라는 세 글자를 보내주더라. 충격이었다. 시였다면 안 쓰려고 했을 표현이다. ‘티났다’는 말은 너무 티나니까. 그런데 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표현, 작은 감정들이 노래가 됐다.”


Q : 가사 짓기와 시 쓰기는 얼마나 같고 다른가.
A : 매= “노래와 시 모두 한 작품에 들어가는 음절 수는 대체로 비슷하다. 구조나 형식 등 기술적으로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시를 읽을 때 시간제한이 없는 것과 달리, 노래는 러닝타임 때문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A : 이= “나의 경우 ‘감각’과 ‘계절’ 등 시 쓸 때 활용해 온 재료가 가사로도 쓰였다. 가사를 쓸 때처럼 시를 쓸 때도 일상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둘을 아는 팬이라면 이 협업은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매드클라운에게 문학은, 이제야에게 음악은 언제나 가까운 장르였다.
매드클라운이 지난해 낸 정규앨범 ‘애니싱 고즈 투’[사진 뷰티플노이즈]

매드클라운이 지난해 낸 정규앨범 ‘애니싱 고즈 투’[사진 뷰티플노이즈]


매드클라운이 지난해 발표한 ‘애니싱 고즈 투’는 미국에서 시작한 낭독 대회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을 차용해 만든 앨범이다. 그는 포에트리 슬램을 두고 “노래를 부르다 낭송하거나, 두명이 웅변하듯 외칠 수도 있다. 표현 방식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인과의 협업에서도 포에트리 슬램이 어울린다면 그렇게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야는 가사를 모티프로 쓴 시를 발표한 적도 있다. “나는 오랜 대중가요 같은 시를 쓸 거야/십 년이 지나도 이어서 불러줄 수 있는 시” 『슬픔의 펼침면』에 쓴 ‘시가 되는 꿈’의 한 구절이다. 이제야는 “평소에도 시의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를 간주라고 느껴왔다”고 한다.


Q : 이 협업은 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A : 이= “작사를 하며 내 글의 운신 폭이 넓어진 게 느껴진다. 내가 쓰는 글을 문학의 영역에만 묶어두지 않으려 한다. 시는 가사가 될 수도 있고, 광고가 될 수도 있다.”
A : 매= “작업을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작업할 때 자연스러운 감정을 풀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생각하고, 조립한다. 그걸 덜어내고,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다. 나아가고 싶다. 지금처럼.”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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