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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견 대회서 4번 우승한 충성…16명 구하고 명예로운 은퇴

중앙일보

2026.06.30 23:21 2026.07.01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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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119특수대응단 구조대원들이 1일 은퇴하는 충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부산119특수대응단 구조대원들이 1일 은퇴하는 충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왜 저리로 가지 싶었죠. 그런데 충성을 따라간 지 15분 만에 사람을 찾았습니다.”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핸들러)은 2023년 여름 실종된 치매 노인을 구조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송 소방장은 오른쪽 평지를 따라 수색하려 했지만, 구조견 충성은 왼쪽 계단으로 향했다. 잠시 의아했지만 충성을 믿고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산 8부 능선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치매 노인을 발견했다. 송 소방장과 충성이 함께 이뤄낸 첫 구조였다.

7년 동안 인명구조견로 활동한 충성은 1일 오후 2시 부산119특수대응단 청사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안성호 119특수대응단장이 충성이 입고 있는 구조견 조끼를 벗기고 꽃목걸이를 걸어주려하자 은퇴가 아쉬운 듯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다. 안 단장은 “충성이의 진정한 가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찾아낸 따뜻한 발걸음에 있다”고 했다. 올해 11살인 충성은 사람 나이로 치면 80대 노견이다.
안성호 부산소방재난본부 119특수대응단장(오른쪽)과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이 1일 은퇴식에서 충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안성호 부산소방재난본부 119특수대응단장(오른쪽)과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이 1일 은퇴식에서 충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산악·재난 구조 공인 1급 자격을 모두 갖춘 충성은 4살이 되던 2019년 4월, 부산119특수대응단에 배치됐다. 올해 4월까지 총 281차례 실종자와 매몰자 수색 현장에 투입돼 16명의 목숨을 구했다. 2022년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2025년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등 전국적인 대형 재난에도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다리 길고 탄력 좋아 수색 능력 탁월…“시키면 다하니깐 로봇 같다”

송 소방장이 충성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2022년 12월부터다. 구조견과 핸들러가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까지 보통 3년이 걸린다. 송 소방장은 “충성이는 제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며 “보통 ‘엎드려’라는 명령을 할 때 손을 바닥으로 내리는데 충성이는 제가 몸만 살짝 숙여도 곧바로 엎드릴 정도로 교감이 잘됐다”고 했다.

특히 밤 수색 때는 든든한 동료같은 심리적 안정을 줬다고 한다. 송 소방장은 “밤에 산속을 수색할 때는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두려울 때가 많다”며 “옆에 충성이가 있으니깐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느꼈다. 정말 든든한 동료였다”고 말했다.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과 인명구조견 충성이 수색 끝에 요구조자를 찾아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과 인명구조견 충성이 수색 끝에 요구조자를 찾아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충성은 전국 최고 수준의 구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과 2022년 전국119구조견 경진대회 개인전 1위, 2022년과 2024년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단체전 1위 등 모두 네 차례 입상했다. 송 소방장은 충성이 복종을 잘하고, 수색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했다.

“다리가 길어 빠르고, 탄력이 좋습니다. 5세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어 핸들러의 지시를 정확하게 수행합니다. 시키면 다 해내니깐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리한 구조견이었습니다.”

실제 구조 현장에서 송 소방장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면 충성은 후각으로 사람 냄새를 포착해 수색 범위를 좁혀갔다고 한다. 사람보다 만 배 뛰어난 후각을 가진 충성은 미세한 흔적도 놓치지 않았다.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이 인명구조견 충성을 훈련시키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핸들러인 송우영 부산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이 인명구조견 충성을 훈련시키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충성이 처음부터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구조 후보견으로 선발된 후 2년 동안 양성 과정을 거쳤다. 환경 적응과 친화 훈련부터 산악·붕괴 수색, 헬기 적응훈련까지 소화한 뒤 공인인증평가를 통과하고서야 현장에 투입됐다. 구조견 한 마리를 양성하는 데 약 2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출동이 없는 날에도 훈련은 계속된다. 구조견은 집중력이 길지 않아 한 번 훈련은 20분 정도만 진행하고 쉬는 시간을 가진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 반복 훈련을 하며 현장 감각을 유지한다고 한다.

구조견은 반려견처럼 자율배식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찾았을 때 사료나 간식을 보상받는 방식으로 훈련하다 보니 항상 배고픈 상태로 생활한다.

충성은 은퇴 후 충북 청주에 사는 윤문자(64)씨에게 입양돼 전원주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곳에는 먼저 은퇴한 인명구조견 ‘영건’이 살고 있다.

송 소방장은 윤씨에게 충성을 인계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충성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구조견의 책임은 내려놓고 반려견으로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것도 배부르게 많이 먹거라.”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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