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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장관에 수녀 임명했다…유리천장 깨는 교황의 파격

중앙일보

2026.07.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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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왼쪽)이 교황청 인간발전부 신임 장관으로 임명된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와 손을 맞잡고 있다. 해당 사진은 30일(현지시간) 임명 발표 직후 인간발전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교황청 인간발전부 홈페이지

레오 14세 교황(왼쪽)이 교황청 인간발전부 신임 장관으로 임명된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와 손을 맞잡고 있다. 해당 사진은 30일(현지시간) 임명 발표 직후 인간발전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교황청 인간발전부 홈페이지


레오 14세 교황이 교황청 핵심 부서 수장에 수녀를 임명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한 여성 중용 기조를 이어가는 행보다.

교황청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 출신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를 인간발전부 장관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인간발전부는 정의·평화·사회복지·이주·보건사목 등을 담당하는 교황청 내 핵심 부서다. 스메릴리 신임 장관은 부서 차관인 파비오 바조 추기경과 함께 부서를 이끌게 된다. 교회법상 부처 수장의 일부 권한은 사제 서품을 받은 추기경이 행사해야 한다.

스메릴리 신임 장관은 “인간발전부는 경청과 대화, 협력을 통해 교회의 사명을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서”라며 “저를 신뢰해 주신 교황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조를 이어받아 교황청 고위직에 여성을 잇달아 발탁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교황청 홍보 부서를 총괄하는 장관급 직책에 멕시코 출신 언론 경영인 몬세라트 알바라도를 임명했다. 알바라도는 교황청 부서의 장관급 수장으로 임명된 첫 평신도 여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여성 등용을 크게 확대해 교황청의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 출신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를 봉헌생활회·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장관에 임명했는데, 여성이 교황청 장관에 오른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어 2월에는 이탈리아 출신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에 임명했다.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책임자에 여성이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교황청에서 여성의 역할은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해왔다”며 “지금도 많은 여성이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이 교황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스위스 에콘 신학교 인근에서 성 비오 10세회(SSPX)의 서품식이 끝난 후 사제들이 새로 서품된 사제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스위스 에콘 신학교 인근에서 성 비오 10세회(SSPX)의 서품식이 끝난 후 사제들이 새로 서품된 사제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가톨릭교회 내 전통주의 세력이 자체 사제 서품을 강행하면서 교회 내 분열은 심화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통주의 단체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지난달 29일 스위스 에콘 신학교 인근에서 사제 5명과 부제 3명에 대한 서품식을 거행했다.

교황 승인 없는 주교 서품은 교황권에 대한 불복종이자 교회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로 간주돼 파문(성직 수행 및 성사 참여 등 영적 권리 박탈) 대상이 될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그들이 계획을 강행한다면 극도로 중대한 죄를 짓는 것”이라며 “해당 서품식은 교회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재임 1년여를 맞은 레오 14세 교황이 수십 년간 개혁을 거부해 온 전통주의 단체와 충돌하며 즉위 후 첫 번째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1962∼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추진한 가톨릭교회 현대화에 반대하며 70년 프랑스 출신 마르셀 르페브르 주교가 창설한 단체다. 이들은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고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교파와의 화합을 추구하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도 거부하는 등 전통적 교리를 강조해 왔다.

성 비오 10세회는 88년 교황 승인 없이 주교 4명을 서품했다가 집단 전체가 파문되는 등 분리주의 성향을 노출했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9년 파문을 철회하면서 교황청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듯 했으나, 이번 자체 서품 계획으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현재 성 비오 10세회는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사제 750여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종하는 평신도의 수는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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