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상대를 비하하는 응원전을 벌였다가 논란을 빚은 배재고가 전국대회 출전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제1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연호 사안에 대해 심의하고 이같이 의결했다.
KBSA는 해당 사안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됨에 따라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정위를 긴급 소집했다.
공정위는 이날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안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징계 근거는 경기를 방해했다는 부분이며 이 밖에 대한체육회 등의 관련 규정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징계에 따라 배재고 출전정지는 2일 청룡기 2회전부터 적용된다. 1회전에서 광주제일고를 이겼던 배재고는 2일 순천 효천고와의 2회전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배재고의 성적은 몰수패로 기록된다. 또한 올해 남은 주요 전국 고교 야구 대회인 7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8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
다만 이날 공정위는 배재고 선수들과 지도자에 대한 징계는 보류했다.
KBSA는 “팀에 대한 징계와는 별도로 지도자, 선수에 대한 징계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출전 제한 기간 중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 대상자를 특정한 뒤, 공정위를 다시 개최해 심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배재고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제일고와의 1회전에서 단체 율동과 함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쳐 물의를 빚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희화화하는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는데,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 지역 고교 선수들을 향해 그 사태를 암시하는 야유를 쏟아냈다.
당시 광주제일고 코치진은 즉각 “이 응원 구호를 제지해달라”고 항의했고, 배재고 권오영 감독과 코치들은 경기 후 상대 벤치를 찾아가 사과했다.
하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은 지난달 3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가 일제히 성명을 냈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취임 첫날인 1일 오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방문해 최근 전국대회 경기에서 상대 팀인 배재고 선수단의 지역 비하성 응원으로 상처를 입은 야구부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적절한 응원문화 개선·가중 처벌 기준 신설 등을 다짐했다.
KBSA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공정위원회의 징계와 별도로 경기장 내 부적절한 응원 문화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날 이후 개최되는 모든 대회부터 경기 시작 전 감독 홈플레이트 미팅 시 부적절한 응원 행위 금지에 대한 사전 안내를 의무화한다. 또한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보다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회 운영 규정에 ‘개인 또는 단체에 중대한 사회적ㆍ경제적 폐해를 초래한 경우’를 가중 처벌 기준을 신설하는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도자와 학생 선수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도 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