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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재앙 부를 것”…에어컨 금기시하던 나라들 두쪽 났다, 왜

중앙일보

2026.07.01 01:32 2026.07.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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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가 폭염에 휩싸인 가운데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선풍기와 에어컨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가 폭염에 휩싸인 가운데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선풍기와 에어컨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 대륙을 강타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던 ‘에어컨 보급’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정치적 갈등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유럽에서 에어컨은 오랜 기간 소음과 노후 건축물 외관 훼손, 그리고 막대한 전력 소비로 인한 기후위기 심화 등을 이유로 외면받아 왔다.

실제로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을 보면 프랑스는 약 25%에 불과해 스페인·이탈리아(50%), 미국·일본(9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살인적인 더위가 인명 피해와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에어컨은 불필요하다는 오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에어컨을 폭염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하면서 냉방 시설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우파와 극우 정치세력은 폭염을 새로운 정치적 동원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보다는 정부의 대응 실패와 시민들의 생활 불편을 집중 부각하는 전략을 취한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의원은 “병원과 요양원의 취약계층이 폭염 방치되는 것은 수치”라며 대규모 에어컨 설치 계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환경 진영의 신중론을 ‘비과학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보수당 역시 화석연료 개발 확대를 주장하는 동시에 폭염으로 인한 휴교와 진료 중단 사태에 대응해야 하는 정치적 딜레마 속에서 가계 부담을 줄이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언급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환경·좌파 진영은 “에어컨의 무분별한 확산이 열섬 현상과 가스 배출을 악화시켜 또 다른 재앙을 부를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프랑스 기후부와 파리 부시장 등은 “에어컨이 산불이나 농작물 피해를 막아주지 못하며, 벽면 전체가 에어컨으로 뒤덮인 도시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폭염의 수위가 워낙 높아지자 프랑스 녹색당조차 병원과 학교 등 필수 시설의 에어컨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일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우파 포퓰리즘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시민의 85%가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당장의 적응’과 ‘장기적 해법’ 사이의 조율을 둘러싼 유럽의 고심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고성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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