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폐쇄증을 안고 태어난 신생아가 로봇을 이용한 고난도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담즙이 흐르는 길이 막혀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을 출생 전부터 의료진이 의심하고, 태어난 직후 정밀검사와 수술로 연결한 결과다.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외과 인경 교수팀이 담도폐쇄증을 앓고 태어난 A양에게 로봇 카사이 수술을 시행해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일 밝혔다. A양은 수술 당시 생후 14일, 몸무게 3.14㎏이었다. 병원 측은 4㎏미만 담도폐쇄증 환아에게 로봇 카사이 수술을 시행한 사례는 문헌상 보고된 적이 없는 세계 최연소·최저 체중 사례라고 설명했다.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장으로 내려가는 길인 담도가 막히는 병이다. 담즙은 지방 소화를 돕는 액체인데, 흐르지 못하고 간 안에 고이면 간이 손상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간경화나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고, 결국 간 이식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신생아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 난치 질환이다.
카사이 수술은 막힌 담도를 대신해 간 입구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즙이 장으로 빠져나가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이번 수술은 로봇을 이용해 진행됐다. 신생아는 몸집이 작고 복강 안 공간도 좁아 장기를 떼어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서다.
A양은 태어나기 전부터 담도 이상이 의심됐다. 어머니가 임신 중 받은 산전 초음파에서 태아의 간 아래쪽에 액체가 찬 주머니 모양의 병변이 발견됐다. 이런 낭성 병변은 담즙이 지나는 길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라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인경 교수와 A양, 보호자가 퇴원을 기념해 촬영한 사진
이후 A양의 어머니는 세브란스병원 고위험 산모 태아 통합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았다. 산부인과, 신생아과, 소아외과 의료진은 출산 전부터 함께 A양의 상태를 살피며 출생 직후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세웠다.
A양은 태어난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생후 2일째 복부초음파에서 간 하부 낭성 병변이 다시 확인됐고,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거쳐 담도폐쇄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담도폐쇄증은 수술 시기가 늦어질수록 간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의료진은 조기에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은 이달 4일 총 5시간 8분 동안 진행됐다. 병원에 따르면 출혈이 거의 없어 수혈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 A양은 수술 뒤 특별한 부작용 없이 회복했고, 지난달 30일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수술에는 소아외과뿐 아니라 신생아과,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간호팀, 로봇내시경수술센터 등 여러 진료과와 부서가 함께 참여했다. 출생 전 진단 단계부터 출생 직후 평가, 신생아중환자 치료, 수술까지 이어지는 협진이 조기 치료로 연결됐다.
수술을 집도한 인경 교수는 “담도폐쇄증은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간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조기 수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A양은 산전 진단 단계부터 출생 직후 평가, 신생아중환자 치료, 소아외과 수술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져 매우 이른 시기에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또 “3kg대 신생아에게 로봇 카사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수술 공간과 기구 조작 측면에서 매우 까다로운 도전”이라며 “로봇수술의 정밀성과 세브란스병원의 다학제 협력이 더해져 안정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