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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도 호남으로? 부동산 문제 변질된 통합사관학교

중앙일보

2026.07.01 01:38 2026.07.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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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육·해·공군 통합사관학교(국군사관학교) 설립과 관련, 여론이 분열하며 국방부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육군사관학교의 광주통합시 장성 이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군 안팎에서는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미래의 장교 육성이 아닌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사기념관 전망대에선 육사 교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상진 기자

육사기념관 전망대에선 육사 교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상진 기자

1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대전 자운대에 1·2학년에 대해 기초소양과 전공기초교육을 하는 통합 사관학교 시설을 새로 만들고, 국군의무·간호사관학교 등을 모아 ‘사관학교 타운’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자운대는 육군 대학 등 현역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시설이 모여있다.

육사는 호남 이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육군을 선택한 3·4학년 생도들은 광주통합시 장성의 상무대에서 교육하는 방안이 정부 내에서 힘을 얻고 있어서다. 상무대에는 현재 육군교육사령부 예하 보병·포병·기계화학교 등이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현재의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태릉캠퍼스는 약 8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육사는 1946년 태릉의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로 출발해 국군 양성 기관의 모태가 됐다.

육사의 장성 이전에는 여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통합시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은 지난 18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면담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장성군이 최적지”라며 “육사의 상무대 이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방부의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산하 개별 분과인 사관학교 개혁위원회는 ‘2+2 네트워크형 통합’을 제안하면서 1·2학년의 통합 교육을 기존 육사 태릉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통합 교육 시설은 대전에 두고, 육사는 장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우수 자원 확보를 위해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 서울의 기존 육사 부지에 통합 시설을 만드는 게 적정하다는 게 위원회의 결론이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합사관학교 이전이 “정치적 사안”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국방부 내에서 나오는 건 그래서다. 정부가 통합사관학교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통합사관학교 신입생을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기류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2028년도 입시 전형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적용된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무리수라는 관측도 있다.

국방부는 “장소는 물론 선발 시기 등도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며 “선발 시기는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 이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속도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건 통합사관학교 이전 문제가 정부 내에서 정치적 필요성에 더해 부동산·지방 균형 발전 문제로 진화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실 육사의 지방 이전은 12·3 비상 계엄의 주축이 됐던 육사에 대한 ‘힘빼기’의 일환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거론된 사안이다. 올초 국토교통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CC) 부지에 공공주택 6800가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는데, 육사가 이전하면 해당 부지를 통합 개발해 1만~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태릉 골프장 개발의 착공 시기가 당초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겨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사관학교 통합·이전 문제가 공공 택지 개발 의제와 맞물리면서 청와대 내에서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안보실이 아닌 정책실이 키를 쥐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육사의 지방 이전에 집중하면서 정작 미래 장교 육성을 위한 통합 커리큘럼에 대한 효과성이나 이에 대한 개발 등에 대한 전문가 논의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사관학교 통합과 지방 이전은 성격이 다른 사안인데, 정부가 이를 섞으며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오는 8일 국회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드론 전장을 설계하고, AI(인공지능) 기반 작전체계를 구상할 수 있는 장교를 길러내야 한다”면서 “사관학교의 규모를 키워서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한 커다란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이 군사적 필요성에 따른 것임을 부각하는 설명이다.

다만 안 장관은 이날 “생도 한 명 한 명의 시선이 각 군을 넘어 대한민국 국군으로, 대한민국 전체로 넓어지는 것, 그것이 최종상태”라고도 했다. ‘대한민국 전체’는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통합사관학교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전 자운대와 광주 장성에 신규 캠퍼스와 생도·교원 숙소 등을 조성하려면 각각 7000억원 이상,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현 시점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육사를 광주 등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방향성 외에 드러난 게 불분명하다”면서 “미 육군도 현역 임관 후에 타 병과를 경험하는 제병 협동 교육을 받고, 캐나다 역시 육·해·공군 통합을 시도했다가 부작용을 빚고 원상복구했다”고 짚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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