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에 떨린 이화 가며 오며 날리다가
가지에 못 오르고 걸리거다 거미줄에
저 거미 낙환줄 모르고 나비 잡듯 하도다
-병와가곡집
무서워라 벼슬길이여 미친 듯이 부는 바람에 떨어진 배꽃이 이리저리 날리고 있다. 가지에 다시 오르지 못하고 거미줄에 걸리니, 저 거미는 떨어진 꽃잎을 나비로 알고 잡는구나.
이 시조는 자연의 풍경을 당쟁에 빗겨 그린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광풍에 떨어져 이리저리 날리는 배꽃의 처지가 곤궁하다. 안타깝지만 한 번 떨어진 꽃잎이 가지에 다시 오를 수 있나? 거미줄에 걸린 낙화를 나비 잡듯 하는 거미를 지켜보면서 정적을 노리는 잔인함을 떠올린다.
이정보(李鼎輔)는 철저한 노론이었지만 명목상의 탕평책보다는 국가와 백성을 위한 어진 선비의 발탁을 주장했다. 어지러운 벼슬길에서 벗어나 자연에 묻히기를 소망했다. 20여 편에 이르는 시조에서 그의 소망을 읽는다.
환해(宦海)에 놀란 물결 임천(林泉)에 미칠손가/ 값없는 강산에 말없이 누웠으니/ 백구도 내 뜻을 아는지 오락가락하더라
관계의 놀란 물결이 자연에까지 미치겠는가? 옛사람이 이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환로(宦路)에 아직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니 입신양명의 유혹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