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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필향만리] 문이 열려 있어야 복이 들어오지(在家不會迎賓客 出路方知少主人)

중앙일보

2026.07.01 08:08 2026.07.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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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도시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1960년까지만 해도 내가 살던 시골에선 집에 손님이 자주 왔다. 일가친척은 물론, 보부상(褓負商), 즉 봇짐·등짐장수들도 동네에 들면 사랑채가 있는 집에서 하룻밤씩 묵어가곤 했다. 친척이든 보부상이든 손님은 성의껏 대접하는 게 당시의 인심이었다. 보부상 과객(過客)에게도 잠자리를 내어주고 저녁·아침밥을 먹여 보내려고 애썼다. 그렇게 신세를 지고 떠나는 보부상은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파는 물건 하나를 놓고 가고…. 내가 남의 집 손님이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대접 품앗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내가 평소 손님 대접에 인색했다면 이런 정겨운 품앗이가 이루어질 리 없다. 내가 손님을 맞지 않으면 나를 맞아줄 주인도 없는 것이다.

在:있을 재 迎:맞을 영, 賓:손님 빈, 客:손님 객, 知:알 지 少:적을 소. 내 집에서 손님맞이를 안 하면 길 나섰을 때 맞아줄 주인이 없음을 알게 되리. 32x72㎝.

在:있을 재 迎:맞을 영, 賓:손님 빈, 客:손님 객, 知:알 지 少:적을 소. 내 집에서 손님맞이를 안 하면 길 나섰을 때 맞아줄 주인이 없음을 알게 되리. 32x72㎝.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일은 거의 사라지고 일가친척도 남처럼 지내게 되면서 귀한 손님일수록 으레 집 밖의 음식점과 숙박업소에서 대접하는 것이 상례가 됐다. 사생활 침해도 없고 간편하다며 마냥 쾌재를 불러야 할까? ‘손님 접대용’이라며 켜켜이 장만해둔 이부자리나 외국 여행길에서까지 사 들고 온 명품 그릇들은 언제 사용할 건지? 그저 장식품일 뿐이다. 친척 간에도 서로 집을 오가는 왕래가 끊긴 채 살다가 누군가의 상을 당해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됐을 때나 1회용 그릇에 담긴 육개장이 놓인 식탁에 마주 앉는다. 씁쓸한 풍경이다.

내가 먼저 문을 활짝 열고 사람을 맞아들여 보자. 뭐 그리 보호받을 사생활이 많은 것일까? 사생활 보호란 표리부동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감추는 게 많다는 뜻이다. 표리통철(表裏洞徹)! 즉 겉과 속이 같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인성이라면 외로울 리 없고, 외롭지 않으면 복도 절로 들어온다. 문이 열려있어야 호박이 덩굴 채 굴러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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