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요청으로 진행된다”고 했던 카타르 도하에서의 30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2차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17일 종전을 위해 체결했던 양해각서(MOU)에서 합의한 사안에 대한 선제적 이행을 요구하며 “합의 이행을 평가해 본협상 개시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마지드 빈 모하메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재러드 쿠슈너가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 측 중재자와 만날 예정”이라며 “이들의 방문 기간 중 미국과 이란 간의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대국민 TV담화를 통해 미국이 합의한 MOU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를 증명하는 문서”라고 규정하며 “양해각서의 조건들이 충족될 때까지 추가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도하에서의 2차 회담을 요청했다고 전날 트루스소셜에 밝혔지만, 실상은 미국 측만 고위급 인사를 파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AFP통신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실무대표단이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국을 통한 간접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실무회담의 주요 안건은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본협상 기간인 60일 동안만 해협의 무료 통항이 이뤄지며, 이후엔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오만 역시 이란과 협조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최근 미국과 서방국들에 공식 제안서를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란은 이에 더해 원유에 대한 제재 해제에 이어 동결자금 해제 조치를 본협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제 조건으로 제시하며 협상 개시를 위한 요구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선 양해각서 제1, 4, 5, 10, 11조의 이행이 시작되고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조에는 미국이 MOU 이행과 함께 이란의 동결자산을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