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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입원하면 공짜 피부관리…한방병원 기막힌 ‘호캉스 영업’

중앙일보

2026.07.01 13:00 2026.07.0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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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이드미러 접촉 사고 운전자는 경추염좌를 진단받고 총 663만700원의 한방병원 치료비가 청구됐으며, 오른쪽 후미 접촉사고 운전자는 척추염좌를 진단받고 1293만32원의 한방병원 치료비가 청구됐다. 보험사 제공

왼쪽 사이드미러 접촉 사고 운전자는 경추염좌를 진단받고 총 663만700원의 한방병원 치료비가 청구됐으며, 오른쪽 후미 접촉사고 운전자는 척추염좌를 진단받고 1293만32원의 한방병원 치료비가 청구됐다. 보험사 제공


"개인부담금 없이 1인실 이용 가능합니다. 입원 환자에게는 피부관리도 서비스로 해드립니다."

지난해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한 A씨가 충북 청주의 한 한방병원에 치료를 문의하자 들은 안내다. 이 병원은 호화병실과 안마의자, 피부관리 서비스, 고급 식사 등을 제공하면서 지역에서는 이른바 ‘호캉스(호텔+바캉스) 한방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에선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리프팅 피부관리를 받았다” “호텔인지 병실인지 모르겠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입장이지만, 이처럼 금전적·경제적 혜택을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그럼에도 한방병원들이 교통사고 환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보험금을 노린 이른바 ‘교통사고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무료 피부관리와 호화병실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맞물려 장기 입원과 각종 한방 시술을 결합한 과잉진료 논란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 일수는 한방이 10.6일로 양방(이하 의과) 5.6일의 약 2배였다. 1인당 평균 치료비도 한방은 약 108만원으로 의과(36만원)의 3배를 웃돌았다. 특히 침·약침·부항·추나요법·첩약 등 6가지 이상의 한방 시술을 하루에 함께 시행하는 일명 ‘세트청구’가 급증했다. 세트청구 진료비는 지난해 기준 2020년보다 126.9% 증가했다. 한 대형 한방병원의 경우 8주를 초과한 경상환자 치료비가 지난해 538억원, 환자 1인당 평균 치료비가 290만원에 달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가벼운 접촉사고가 장기간 치료와 고액의 치료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불법 주차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부딪힌 50대 남성 A씨는 상해등급 12급 경추염좌 진단을 받은 뒤 약 6개월 동안 첩약과 침술, 뜸, 부항술,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등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치료비 663만원을 청구했다. 또 정차 중 후방 추돌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은 상해등급 12급 척추 염좌 진단 이후 통원치료만 403회를 받았다. 진단서도 33차례 발급받아 치료비 1293만원을 청구했다.

최근에는 고가의 MRI 촬영까지 더해지면서 치료비가 더욱 불어나고 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의 자동차보험 MRI 촬영 건수는 3586건인 반면 MRI 촬영 건수 상위 5개 한방병원의 촬영 건수는 1만5091건으로 4배를 웃돌았다. 이들 한방병원의 MRI 촬영 환자 가운데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8.9%에 달했다. MRI를 촬영한 환자 10명 중 9명이 염좌 등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였다는 의미다. 이는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경상환자 비중(54.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방병원 관계자는 “MRI 장비를 갖추지 않은 타 병·의원과 비교하면 촬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MRI 검사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며 통증이 예상 회복 기간을 넘겨 지속하거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등 임상적 필요가 확인될 때 신중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지난해 1조6972억원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60.4%를 차지해 양방 진료비(39.6%)를 크게 웃돌았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30년에는 연간 자동차 진료비가 3조 378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한방진료비는 약 2조 3800억원까지 늘고, 양방진료비는 9966억원 규모로 축소되면서 한방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약 70.4%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경상환자의 과잉 장기치료를 막기 위해 치료 8주를 넘길 경우 추가 진료의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8주룰’ 도입을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해 왔지만 1년 넘게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한방업계의 강한 반발에 더해, 일부 환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전환하면서 비용이 건강보험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복건복지부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방병원의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했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자동차보험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보험인 만큼 법령상 기준에 따라 일관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경상환자 과잉진료를 방치함에 따른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선량한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8주룰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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