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58)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63)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뒤 소회를 밝혀달라는 중앙일보의 수차례 요청에 취재에 응했다. 김 전 회장은 오는 3일 이 전 부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2018년 지방선거·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쪼개기 정치후원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형사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과 경기도,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아니라 내가, 김성태가 돈을 댄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이라고 불러달라”며 “정치권에서 이 인터뷰를 가지고 또 물고 뜯겠지만, 제발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돈을 보낸 경위에서 이 전 부지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노무현재단 주요 인사가 주축이 된 ‘10·4 선언 11주년’ 남북공동기념식 참석 방북단에 속해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이 전 부지사는 전·현 국회의원들과 함께 김성혜 전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실장 등 북측 인사를 만났다.
지난 2018년 6월 11일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김성혜 당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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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대북 지원 약속 지키지 못하게 돼 돈 보낸 것”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당시 김 전 실장에게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황해도 시범 농장(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약속하고 돌아왔으나 지키지 못하게 되자 내가 북한에 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북미 관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거라고, 좋아질 거라고 50번 넘게 말했다”며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하도 화영이형(이 전 부지사)을 안 좋게 이야기하길래 식당 테이블을 다 엎어버리고 내가 해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선수단에 기부한 쌍방울 내의가 인기가 좋았다”며 “이 이야기를 들은 이 전 부지사가 ‘중국에 있는 재고 내의 팔아서 돈 보내자’고 제안해 검토했으나 북측에 약속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2019년 1월과 4월 다른 방식으로 북측에 돈을 줘야 했다”고 했다.
2019년 1월17일 이화영(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송명철(가운데)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김성태(왼쪽 두번째)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왼쪽 첫번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만찬장에서 양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 독자
김 전 회장이 만난 북측 인사는 조선아태위 김 전 실장, 박철 부위원장(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송명철 부실장, 조정철 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과 대남 공작원으로 알려진 리호남 등이다. 이들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민족과 미래를 위하는 인격자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들 안전한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호남 같은 경우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서 브로커 취급을 받았는데, (민주당 출신)제주지사는 왜 만나서 지원을 약속하고 물건도 보내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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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물 따라 잔 부딪쳐”
‘검찰청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의 착각”이라고 했다. 종이컵에 물을 따라 소주라고 생각하고 잔을 부딪치면서 한잔하자고 한 적 있는데, 이 일화를 왜곡해 술파티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연어를 먹긴 먹었다. 연어덮밥 도시락이 왔는데, 연어 3~4조각이 들어있었고, 채 썬 양배추만 한가득 들어있어 초고추장에 비벼 먹었다”고 했다.
지난 4월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 출석한 박상용 부부장 검사(오른쪽)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랑 인연이 깊었다. 나를 배신하고 힘들게 해도 형은 형”이라며 “정치적 사건으로 시대적 아픔을 겪으면서 감옥에 오래 있게 됐다. 상처를 주고받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일제 치하 고문 수사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주먹으로 탁자를 연신 내리치며 “처음 수사가 시작된 건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사비를 쌍방울이 20억원 대납해줬다는 의혹이었다”고 했다. 그는 “(수사한 검사들이)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추궁하고 가족과 회사 임직원들을 잡아갔다. 지인, 직원들이 검찰청에 끌려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달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수사와 기소, 재판을 겪으며 관계 회사들의 사정이 어려워진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김 전 회장은 “윤석열 검찰이 수사해서 문제없다는 걸 바뀐 정권 아래 금융감독원이 전에 제대로 안 했다면서 또 들여다본다고 한다”며 “내 돈을 갖다 줬다는데, 왜 회사를 망가뜨리느냐”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회장은 “이 대통령에 대해선 내가 ‘개딸들’보다 존경하고 좋아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소년공의 삶을 살다가 정치 지도자가 되는 과정, 그 삶 자체를 존경했다. 일련의 일들에 대해선 죄송스럽다”고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하는 사진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