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방대법원이 굵직굵직한 판결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7월부터 사실상 연방대법원이 휴정기에 들어가 10월에 가서야 판결이 다시 재개되기 때문에 예정됐던 중요한 판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시카고 지역과 관련이 깊은 판결도 있다. 바로 살상용 무기 제한과 관련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출생시민권 판결과 선거 자금 관련 판결 역시 높은 관심 속에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각 사안에 따라 어느 대법관이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도 중요하지만 판결 자체가 향후 국민들이 일상생활 에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 만큼 자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살상용 무기 제한과 관련해서는 쿡카운티가 전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살상용 무기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쿡카운티의 살상용 무기 제한법(Assault Weapon Ban)은 시카고를 포함한 쿡카운티 지역에서 AR-15과 같은 반자동 소총과 대용량 탄창의 제조와 판매, 양도, 소지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강력한 내용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허가 없이 해당 무기나 탄창을 판매, 양도했을 경우에는 최소 5천달러의 벌금과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주법이 2023년 1월 발효됐기 때문에 쿡카운티와 일리노이주 모두 살상용 무기를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제한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골자다. 즉 총기 규제안이 수정헌법 2조 총기 소유와 관련해 위헌성이 있는지를 앞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본안에 대한 심리가 올 가을 시작될 예정인데 연방대법원의 현재 총기 소지와 관련한 입장으로 볼 때 살상용 무기 제한을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총기 소지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6명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리노이의 총기 규제 조치가 무력화되면 자칫 총기 관련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 몇년간 시카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강력 사건이 줄어들고 있어 다행이지만 자칫 느슨한 총기 단속으로 방향이 바뀌게 될 경우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시카고 시청은 총기 폭력 감소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는데 만약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게 되면 시카고 시청 입장에서는 재정적, 치안적 부담을 피하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출생시민권 유지 판결은 대표적인 이민자 포용, 친화 도시인 시카고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부모의 이민 신분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출생했다면 시민권을 부여하는 헌법의 정신이 그대로 유지됐다라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이번 판결을 반기는 측에서는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이를 결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정 출산의 문제점과 같이 출생시민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연방 선거에서 각 정당이 후보와 협력하여 쓸 수 있는 선거 자금의 지출 제한을 푼 판결이다. 선거법은 돈을 걷는 모금과 후보와 정당이 이를 사용하는 지출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금의 경우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개인이나 단체가 정당의 공식 계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연방선거위원회 규정에 따라 통제가 계속된다. 즉 개인은 연간 최대 4만4000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전당대회 혹은 법적 소송용 특수 계좌의 경우에는 연간 13만달러를 기부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철폐된 것은 정당과 후보자간 협력 지출 제한으로 기존 후보의 선거 캠프와 정당이 공동으로 조율하여 사용하는 경우 상한선이다. 즉 기존까지는 정당이 후보와 광고를 제작하거나 선거 운동을 할 경우 연방 하원 의원일 경우 6만5300달러, 상원 의원의 경우 인구에 따라 약 400만달러의 상한선이 있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정당이 소속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방식을 연방 정부가 제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며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정당이 후보와함께 TV 광고와 유세 비용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선거 캠페인이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의식이 팽배한 마당에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금도 슈퍼 PAC이라고 불리는 정치 후원 단체를 통한 선거 캠페인은 사실상 금액의 제한이 없이 가능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TV나 인터넷 등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을 내보내곤 하는 슈퍼 PAC의 경우 보통 ‘ㅇㅇㅇ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모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비방 광고를 일삼곤 한다. 이 단체들은 대기업이나 노조 등의 단체가 수억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금하고 이를 특정 후보 지지에 사용하곤 한다.
연방대법원은 7, 8월 휴정기와 9월 개정 전 사전 컨퍼런스를 거쳐 10월 첫째 월요일에 정기회기에 돌입해 12월까지 하반기 일정이 진행된다. 올해 정기회의에서도 살상용 무기 제한 위헌 판결 등이 예정된 만큼 눈여겨 지켜볼 만하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