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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韓정부, 쿠팡 등 美기업 표적 공격…무역합의 위반”

중앙일보

2026.07.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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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조던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장(공화당ㆍ오하이오). 로이터=연합뉴스

짐 조던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장(공화당ㆍ오하이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차별적 공격을 가해 왔으며 이는 지난해 맺은 한·미 무역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보고서가 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 하원 법사위와 산하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소위원회는 이날 35쪽 분량의 보고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을 통해 “한국은 수십 년간 미국계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왔으나 최근 몇 년간 이런 차별적 처우는 상당히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차별의 중심적 역할을 해 왔으며 과도한 의무 부과, 공격적인 집행 관행, 심지어 형사처벌 위협까지 동원해 미국 기업을 처벌하고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아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특히 쿠팡을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 제시하며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보고서는 쿠팡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세운 혁신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한국의 아마존’으로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쿠팡을 겨냥해 정부 차원의 전면적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10여 개 정부기관이 쿠팡을 상대로 수십 건의 조사를 벌였고, 4000건이 넘는 자료 제출과 652차례 이상의 직원 면담을 요구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쿠팡 고객을 몰아내고 한국 경쟁사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일해 온 곳 중 규제 환경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라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의 증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깊숙한 개입한 정황을 상세히 기술했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이 있는 전직 직원이 중국 상하이의 강에 버린 노트북을 회수하기 위해 쿠팡에 잠수부를 투입하도록 했으며 이후 회수 작전에 관여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숨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회수 작전을 주도하고 실질적으로 관여했음에도 2025년 12월 26일 국정원은 이 작전과 관련해 쿠팡에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본 위원회와 소위원회가 확보한 문서·증언과 배치된다”고 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말 “국정원 지시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는 로저스 대표 설명을 부인하며 “쿠팡에 자료 요청 외에는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했었다.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 협조 요청이 있었을 뿐 조사 과정을 지휘한 사실은 없다는 게 국정원 입장이다.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란 제목의 조사 보고서. 사진 미 하원 법사위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1일(현지시간) 공개한 ‘경쟁 차단 :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란 제목의 조사 보고서. 사진 미 하원 법사위 홈페이지 캡처

보고서는 쿠팡이 한국에서 표적이 되면서 시가총액이 40% 이상 떨어졌고 미국 투자자들과 쿠팡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위가 지난달 11일 총 6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서는 “단일 기업에 부과된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으로, 훨씬 더 심각한 데이터 유출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라며 “한국의 차별적 행태로 향후 10년 동안 미국은 5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고, 미국 가구당 평균 3800달러(약 59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전반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혁신적인 미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기 위해 디지털 관련 법률과 규제를 무기 삼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직접 본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보고서는 쿠팡뿐 아니라 구글·애플·퀄컴·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예로 들며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 디지털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문제 삼는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불리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전제하에 쿠팡 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실은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만 한·미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지난달 초 본격 협상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날 공개된 미 의회 보고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의회가 한국 정부의 특정 기업 규제 사례를 들어 공식 보고서 형태로 무역합의 위반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향후 양국 통상·안보 분야 협의 과정에서 중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쿠팡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 2월 로저스 대표를 직접 불러 증언을 듣는 등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관련 조사를 벌여 왔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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