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사실을 몰라 재판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이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2월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는 저축은행 직원을 가장해 피해자에게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니, 채권회수 직원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A씨는 저축회사 채권회수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로부터 현금 710만원을 교부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촉법)에 따라 불출석 재판을 진행했다. 소촉법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했다. 1심 재판부가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공시송달을 통한 불출석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6개월 기간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설정된 최소한의 기간으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2심이 다시 심리한 결과도 징역 1년이었다.
그런데 A씨는 1·2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본인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재판부에서 공시송달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 소환장 등을 보냈지만 A씨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자신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에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A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제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원심 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상고이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