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5000달러에 산 경사지에 공사 팬데믹·허가 지연·공사비 등 극복 주택 넘어 예술가 '창조 공간' 탄생
건축가 디에고 카노-라소(왼쪽)와 가족이 한때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운트 워싱턴 경사지에 미드센추리 스타일의 포스트앤빔 주택 두 채를 완성했다.
집인가, 예술품인가.
마운트 워싱턴 절벽에는 독특한 노란색 주택이 반짝인다.
거창해보이지만 건축가가 살기 위한 집을 10년 넘게 지어 올린 것이다.
집값이 치솟은 LA에서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직접 집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래서 탄생한 집이다.
보기엔 좋지만 그 여정은 전혀 쉽지 않았다.
경사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전문가들조차 꺼릴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디에고 카노-라소 부부가 라 카나리아 하우스의 오픈형 주방과 거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 건축가 디에고 카노-라소(41)는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LA 마운트 워싱턴(Mt. Washington)의 가파른 언덕에 12년 동안 직접 집을 지어 결국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카노-라소는 2012년 마운트 워싱턴에서 전망이 뛰어난 빈 대지 두 필지를 발견했다. 당시 건축 경기 침체로 일이 많지 않았던 그는 가족을 설득해 이 곳을 9만5000달러에 공동 구입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이곳에 LA를 대표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주택 두 채를 나란히 짓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꿈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첫 번째 지질공학 전문가는 “이곳은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좁고 가파른 도로 때문에 토질 조사 장비조차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어렵게 다른 전문가를 찾아 토질 검사를 마쳤지만, 이번에는 시정부가 도로를 넓히고 하수관과 전신주를 설치해야만 건축 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의 반대까지 겹치면서 인허가 과정만 3년이 넘게 걸렸다.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좁은 언덕길을 통해 120대가 넘는 트럭으로 흙을 실어 날라야 했고, 일반 시공사 없이 공정을 직접 관리하면서 공사마다 다른 작업팀을 섭외해야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카노-라소는 스페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공사는 2022년에야 재개됐지만 건설 자재 가격은 크게 올랐고 숙련 기술자도 부족했다. 결국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집을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동생 알레한드로 카노와 아내 벨렌 로데로는 목공, 금속 작업, 조명 설치, 바닥 시공, 페인팅, 조경, 가구 제작까지 대부분의 마감 작업을 함께 맡았다. 스페인에서 공수한 모로코산 타일은 직접 하나하나 붙였고, 맞춤형 가구도 현장에서 제작했다. 해변에서 주운 돌은 문손잡이로, 굴착 과정에서 나온 큰 바위는 실내 가구로 재탄생했다. 외벽은 일본 전통 방식인 ‘쇼우 스기 반(Shou Sugi Ban)’ 탄화목 마감으로 꾸며 내구성과 독특한 외관을 동시에 살렸다.
완성된 두 주택은 각각 약 2250스퀘어피트 규모로 침실 4개와 욕실 4개를 갖췄다. 두 집 모두 기둥과 보 구조를 적용해 언덕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으며, 따뜻한 오크 바닥과 소나무 벽, 리브드(Ribbed) 목재 천장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넓은 데크와 개방형 평면은 실내와 야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남가주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했다. 한 주택인 ‘라 카나리아(La Canaria)’에는 노란색 알루미늄 기둥을 적용해 캘리포니아 석양을 표현했고, 다른 ‘카노 하우스(Cano House)’는 절제된 미니멀 디자인으로 꾸몄다.
프로젝트는 약 100만 달러가 투입된 대공사였다.
집 밖으로는 시원한 전망과 웨스트할리우드 특유의 바이브를 전달해준다.
카노-라소는 직접 시공과 공정 관리를 맡으면서 공사비를 약 40% 절감했지만, 상당한 부채도 떠안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집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현재 한 채는 자신과 가족이 사용하고, 다른 한 채는 음악 프로듀서 제니퍼 히메네스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한나 리에게 임대했다. 두 입주자는 음악 작업실과 창작 공간으로 집을 활용하며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모여 창작 활동을 하는 장소로 만들고 있다.
카노-라소는 “이 집은 공사가 끝났다고 프로젝트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생활하고 창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공 당시에는 “다시는 이런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최근에는 인근에 나온 또 다른 경사지 부지를 보며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주택 신축 사례를 넘어, 버려진 경사지와 노후 부지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높은 집값과 토지 부족에 시달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이 같은 사례는 도시 주거 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건축가의 철학과 가족의 협업,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삶이 어우러진 이 주택은 ‘사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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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He dreamed of a Midcentury compound on an ’unbuildable‘ L.A. hillside. It took 12 year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