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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시대의 명작, 다시 만난 '쿨한 도둑들'

Los Angeles

2026.07.0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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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
개봉 25주년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벨라지오 금고 노린 치밀한 한탕 작전
현대 시선으로 명과 암 함께 재평가
전문가 소집, 모의훈련, 실행 단계에서의 변수 발생, 정교한 교란과 반전 엔딩으로 이어지는 3막 구조는 이후 20년간 제작된 수많은 케이퍼 무비의 표준 공식이 되었다. [Warner Bros. Pictures]

전문가 소집, 모의훈련, 실행 단계에서의 변수 발생, 정교한 교란과 반전 엔딩으로 이어지는 3막 구조는 이후 20년간 제작된 수많은 케이퍼 무비의 표준 공식이 되었다. [Warner Bros. Pictures]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2001)’이 개봉 25주년을 맞이했다. 2001년 12월, 9·11 테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미국 극장가에 이 영화는 느긋한 재즈 선율과 함께 도착해 그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4K 리마스터링 재개봉으로 스크린에 다시 걸린 이 영화를 마주하는 의미는 단순히 지나간 오락물에 대한 향수에서만은 아니다. 소더버그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구축했던 매혹적인 사기극은 장르의 규칙을 정립한 고전의 품격과 시대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기묘한 타임캡슐로 재평가된다.
 
‘오션스 일레븐’은 케이퍼 무비가 도달할 수 있었던 가장 스타일리시한 정점이자,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무비 스타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기념비적 영화로 평가된다. [Warner Bros. Pictures]

‘오션스 일레븐’은 케이퍼 무비가 도달할 수 있었던 가장 스타일리시한 정점이자,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무비 스타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기념비적 영화로 평가된다. [Warner Bros. Pictures]

오늘날 ‘오션스 일레븐’을 다시 봐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이 영화가 ‘스타파워’ 시스템의 마지막 불꽃을 의미하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현재 할리우드는 거대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배우의 이름값만으로 관객을 동원하는 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관객은 이제 배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파이더맨’이나 ‘바비’라는 세계관을 소비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반면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라는 당대 최고의 무비 스타들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녹여낸 독보적인 사례다. 인물들은 구구절절한 서사 없이도 스크린 장악력과 ‘쿨한 케미스트리’만으로 영화의 톤을 완성했다. 이 영화의 원작인 ‘오션스 11(1960)’이 프랭크 시나트라와 딘 마틴의 사적 친분에 기대어 느슨하게 흘러간 반면, 소더버그는 같은 재료로 훨씬 정교한 구조물을 세웠다.
 
둘째는 CG와 자극성을 걷어낸 아날로그식 쾌감이다. 최근 블록버스터들이 더 큰 폭발과 화려한 시각효과에 의존하는 것에 반해, 이 영화는 오직 치밀한 각본의 리듬감만으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소더버그 특유의 감각적인 카메라워크와 분할 편집, 재즈풍 음악은 오늘날에도 이 영화가 명작의 위치에 남아 있기에 충분하다.
 
셋째는 현대 하이스트 장르의 원형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전문가 소집, 모의훈련, 실행 단계에서의 변수 발생, 정교한 교란과 반전 엔딩으로 이어지는 3막 구조는 이후 20년간 제작된 수많은 케이퍼 무비의 표준 공식이 되었다.
 
대니(조지 클루니)는 출소하자마자 동료 러스티 라이언(브래드 피트)을 찾아가 벨라지오, 미라지, MGM 그랜드의 통합 지하 금고를 털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제안한다. 헤비급 권투 시합이 열리는 날 밤, 무려 1억5000만 달러의 현금이 모이는 난공불락의 금고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자금을 댈 루벤 티스코프를 영입한 후, 소매치기 천재 라이너스(맷 데이먼), 해커 리빙스턴, 폭파 전문가 배셔, 곡예사 옌, 몰로이 형제, 딜러 프랭크, 베테랑 사기꾼 사울까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11명을 소집해 팀을 결성한다.
 
작전을 준비하던 중, 러스티는 이 범죄에 대니의 사적인 목적이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카지노의 주인이자 냉혹한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가 대니의 전 아내인 테스(줄리아 로버츠)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개입되면 실패한다는 러스티의 만류에도 대니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베네딕트는 대니의 출현을 경계하며 밀착 감시를 시작한다.
 
D-day 당일, 복싱 시합이 무르익자 입체적인 교란 작전이 시작된다. 프랭크가 내부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배셔는 전력 차단 장치인 ‘핀(Pinch)’을 작동시켜 라스베이거스 전역을 암전시킨다. 옌이 좁은 통로를 통해 금고 내부에 안착하고, 라이너스와 대니는 보안 요원으로 변장해 지하 금고 앞까지 도달한다. 대니가 베네딕트의 보디가드들에게 붙잡혀 격리 방에 갇히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는 미리 매수해 둔 경호원을 이용한 대니의 알리바이용 덫이었다. 대니는 환기구를 통해 탈출해 팀원들과 합류하고 금고 문을 폭파하는 데 성공한다.
 
금고가 털린 사실을 알아챈 베네딕트에게 러스티는 전화로 현금의 절반을 밴에 싣지 않으면 나머지를 모두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베네딕트는 순순히 응하는 척하며 SWAT(특수기동대)을 요청하지만, 베네딕트가 모니터로 본 금고 침입 영상은 해킹된 가짜 세트장 화면이었고 밴에 실린 가방에는 전단지만 가득할 뿐이다.
 
베네딕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 SWAT 대원들은 오션의 팀원들이다. 이들은 돈자루를 짊어지고 유유히 카지노 정문을 걸어 나간다. 뒤늦게 속았음을 깨달은 베네딕트 앞에 대니가 나타나 테스가 보는 앞에서 “돈을 돌려주면 테스를 포기하겠느냐”고 묻고, 베네딕트는 망설임 없이 동의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테스는 베네딕트에게 완전히 환멸을 느끼고 대니에게 돌아선다. 대니는 가석방 조건 위반으로 다시 수감되지만, 출소 날 러스티와 테스가 마중을 나오며 영화는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함께 바라본 후 각자의 길로 흩어지는 여운을 남기고 마무리된다.
 
가짜 SWAT팀과 미끼 차량을 동원한 이중의 속임수는 지금 봐도 정교하지만, 당대에는 세련된 로맨스로 기능했던 대니와 테스의 관계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줄리아 로버츠의 테스는 실상 두 권력자 사이에서 전유되는 ‘트로피’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돈 치들의 부자연스러운 영국식 억양 또한 할리우드가 유색인종 캐릭터를 타자화하고 희화화하던 인종적 캐스팅 관습의 얄팍함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비판받을 만하다.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을 주연의 프리퀄이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96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했다는 소문이다. [Warner Bros. Pictures]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을 주연의 프리퀄이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96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했다는 소문이다. [Warner Bros. Pictures]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션스 일레븐’이 도달한 미학적 성취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을 주연으로 내세워 196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제작 중인 새로운 프리퀄 소식은, 할리우드가 여전히 이 오래된 프랜차이즈의 잔재 위에 있음을 증명한다. 그것은 새로운 독창적 서사를 개발하는 데 실패한 스튜디오들이 안전한 과거의 영광에 기댄 채, 소더버그가 이룩했던 ‘무해하고 우아한 세계’의 외형만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려는 안이한 기획일지도 모른다.
 
벨라지오의 분수 앞에 모여 선 열한 명의 도둑들이 보여준 그 압도적인 여유와 쿨함은 여전히 그리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다. 동시에 다시는 이러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대 할리우드의 미학적 파산에 대한 씁쓸한 애도이기도 하다. ‘오션스 일레븐’은 케이퍼 무비가 도달할 수 있었던 가장 스타일리시한 정점이자,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무비 스타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기념비적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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