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만 ‘삼전닉스’로 돈을 벌지 못한 것 같고, 지금이라도 반도체에 뛰어들자니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 고민된다. ‘포모’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투자 고수의 비법을 공개한다.
29년 차 개인투자자 이정윤 세무사(밸런스에셋)는 1998년 1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3년 만에 100억원대의 수익을 달성하는, 개미들의 꿈과 같은 일을 실현했다.
특히 그는 4년 전 한미반도체의 성장을 정확하게 지목해 화제가 됐다. 1만원대에 불과했던 한미는 올해 6월 장중 42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3800%의 상승률,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상승률 670%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2013~2016년 키움 실전투자대회에서 4년 연속 수상했고, 2017년엔 샘표식품의 지분을 10% 가까이 사들이며 오너보다 지분이 많은 ‘슈퍼 개미’로 유명해졌다. 지난 3월엔 이재명 대통령이 주관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 개인투자자 대표로 초청돼 청와대를 찾았다. 허영만 화백은 이 대표를 ‘주식 타짜’로 인정해 그와의 대담을 엮어 지난해 책을 쓰기도 했다.
이정윤 대표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밑도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인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이 성장주"라고 설명했다. 우상조 기자
「
이 대표가 AI 붐 예측한 ‘10년 전 그 사건’
」
Q : 1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3년 만에 100억원대 부자가 돼서 ‘슈퍼개미’로 유명해졌는데, 첫 번째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10만원으로 100억원을 번 건 아니고요. 10만원으로 계좌를 트고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겁니다. 단일 종목으로 첫 투자해서 그 돈을 번 게 아닙니다. 그 기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말씀드리면, 제가 주식을 시작했던 1998년 중반은 IMF 시기였고, 벤처산업 활성화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코스닥 시장이 막 생겨났을 때였어요.
당시 기성세대 부장님들은 은행주, 증권주, 건설주 같은 ‘대중주’에 투자하면서 저에게 “저런 IT주나 벤처주 같은 건 우리나라에 기술이 없어서 사면 안 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가 매수해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둔 두 종목이 SK텔레콤과 새롬기술(현 솔본)이었어요. 저는 그때 ‘성장 산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처음 주식 투자할 때부터 성장주, 특히 성장 산업 내의 중소형 종목에 집중했던 게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Q : 평범한 직장인들이 이런 성장주를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생활 속에서 알 수 있습니다. AI 열풍을 똑똑한 사람만 먼저 안 게 절대 아니에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랑 대결했던 건 전 국민이 다 봤잖아요. 그때 AI가 사람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걸 느꼈다면, 당연히 AI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그게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그 이후 챗GPT 초기 버전이 나왔던 2022년에도 AI 관련 주식들이 지금처럼 오르지 않았어요. 로봇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당의 서빙 로봇, 치킨 튀겨주는 로봇을 보면서 산업의 미래를 보면 돼요. 세상이 바뀌고 있는 걸 피부로 느끼면 성장 산업을 잡을 수 있습니다.
Q : 반도체 불황이었던 2022년에 핵심 성장주로 한미반도체를 지목했던 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4년 사이 한미반도체 주가는 최대 3800%까지 상승했고요.
A : 그때만 해도 시장에서 ‘반도체는 죽었다’는 말이 나올 때였어요. 그런데 제가 자세히 뜯어보니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는 떨어지는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소부장 기업들 재무제표를 보면서 매출액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을 추려냈죠. 그중 한미반도체도 있었던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