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동부 카라카스 차카오 자치구에서 민방위, 차카오 경찰, 베네수엘라 공공안전청 대원들이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의 잔해를 치우며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사상자 수천 명이 발생한 베네수엘라에서 구조 지연과 식량 및 물자 부족, 경찰의 절도 논란까지 겹치며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베네수엘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북부 라과이라주의 한 무너진 건물에서 과학·형사·범죄수사국(CICPC) 요원들이 달러가 든 금고를 가져가려다 분노한 주민들에게 저지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CICPC는 이날 경찰관 4명을 체포하고 해임을 위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CICPC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일부 경찰관들이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구조 및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악용해 잔해 속에서 발견된 귀중품을 부당하게 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다만 ‘개인적 행위’라며 선을 그었다.
일부 경찰과 군인이 기부 물품을 가로채거나 구호 물자 전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현장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관련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과이라의 한 검문소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로이터에 “경찰관들과 군인들이 구호 물자를 실은 트럭 3대에서 물자를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이 ‘건졌는지’ 서로 자랑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런 논란이 SNS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언론의 잘못된 보도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지난달 25일 국영방송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정부를 신뢰하고 공식 발표를 믿어 달라고 촉구했다.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의 모습.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식량과 구호 물자 부족으로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지 주민 다니엘라 아르마스는 AFP통신에 “긴급 대피소에서 물자를 나눠주긴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음식을 두고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고 말했다.
현장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은 맨손으로 지진 잔해를 파헤치며 실종자와 사망자를 수색하고 있다. 굴착기 등 중장비는 물론 휘발유 등 연료도 부족해서다.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로스코코스에서 지진 이후 정부 공공주택 단지인 미시온 비비엔다 내 붕괴 건물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심지어 무너진 고층 아파트를 손으로 부수며 수색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한 엔지니어는 어머니와 여동생, 매제, 조카를 찾기 위해 미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9층짜리 아파트 잔해를 파헤치며 수색작업을 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를 덮친 두 차례의 연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생존자 1명이 지진 발생 8일 만인 2일 다국적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생환한 생존자는 43세 경비원 에르난 힐로, 이번 지진으로 초토화된 라과이라주 해안 도시 카티아라마르에서 근무하던 7층 건물 경비실에 매몰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295명, 부상자는 1만12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지금까지 782차례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최근 이틀 동안은 발생 빈도와 강도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1일 오후 6시(한국시간 2일 오전 7시)부터 7일 간 국가 애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파괴적인 지진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마음이 찢어지고 있다”며 선포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