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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추 갈기’ 세리머니 안 봐줬다 …韓 야구, 품격 실종된 이유

중앙일보

2026.07.02 01:51 2026.07.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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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앞서 배재고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뉴스1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앞서 배재고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뉴스1

2023년 3월 일본 고교야구의 상징 고시엔(甲子園)에서 열린 봄 선발고교야구대회. 도호쿠고의 한 선수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자기 팀 더그아웃을 향해 ‘페퍼밀’(pepper mill·후추 갈기) 세리머니를 했다. 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우승한 일본 대표팀이 유행시킨 동작으로, 후추통을 잡고 비트는 듯한 시늉을 한다.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등이 선보이며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본 고교야구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1루심은 해당 선수에게 주의를 줬다.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상대를 조롱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스포츠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겸손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라는 일본 고교야구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고시엔의 유의사항에는 경기장에 침을 뱉거나 남은 물을 버리는 행위뿐 아니라 경기 도중 기쁨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가쓰포즈’(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 등도 삼가게 돼 있다. 그라운드 위 ‘품격’을 얼마나 깐깐하게 따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구호 논란을 계기로 학생선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배재고는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가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미국과 일본은 학생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지켜야 할 언행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미국은 주별 고교체육협회를 통해 ‘학생선수 행동강령’을 제정·운영한다. 학생선수가 인종·성별·민족적 배경을 이유로 하는 혐오 발언, 조롱, 폭력과 같은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저지를 경우 실력·성적과 상관없이 경기장에서 퇴장당하거나 출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교 농구 결승전 직후 코로나도고 선수들이 라틴계 학생이 다수인 상대 팀에 토르티야를 던졌다가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스포츠맨십·인종문화 감수성 교육 명령을 받았다.

경기력과 함께 학업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에선 학생 선수들이 공동체적 가치와 역사를 배울 기회가 한국보다 많다. 미국은 대학 진학 후 선수 활동을 이어가려면 고교 시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승인한 핵심 과목 16개를 이수해야 하는데, 이중 미국사·세계사 등을 포함한 사회 교과 2년 이상이 포함된다. 일본은 과목별 낙제점인 ‘아카텐’(赤点)을 받으면 보충수업이나 재시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반면 한국은 품행·학업을 관리하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운영규정엔 상대 팀 야유나 물 뿌리기 등 지나친 응원·세리머니를 제재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경기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통제에 가깝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류모(50)씨는 “현장에서 과도한 응원이나 세리머니가 나와도 심판이나 감독이 구두 제재를 하는 게 전부”라며 “징계가 입시나 프로 진출과 직결되다 보니, 심판들도 학부모 민원이나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징계까지 가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야구부 활동을 하는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곽모(38)씨도 “한국리틀야구연맹이 발간한 경기진행규정을 봐도 ‘야유금지’,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 등 애매모호한 규정만 있고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감독 재량에만 맡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체육진흥법은 고교 학생선수가 국어·영어·사회 등에서 학년 전체 평균점수의 30%를 넘도록 하고 있지만, 미달 시 온라인 보충수업 이수로 출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현행 학생선수의 최저학력기준이나 대회 출전 규정은 1차원적 접근에 머물러 있어 선수의 사회적 책임감이나 윤리 의식을 키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 스포츠가 단순히 입시나 프로 진출을 위한 수단이 아닌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보고 각종 제도 운영방식이나 규정 등 전반적인 스포츠교육 체계를 손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보람.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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