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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될수도…수학도 연극도 새로운 세계 만든다”

중앙일보

2026.07.02 08:01 2026.07.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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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13’의 희곡을 쓴 최재경(왼쪽) 전 고등과학원 원장. 김제민(오른쪽) 연출이 최재경에게 ‘113’을 무대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장진영 기자

연극 ‘113’의 희곡을 쓴 최재경(왼쪽) 전 고등과학원 원장. 김제민(오른쪽) 연출이 최재경에게 ‘113’을 무대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장진영 기자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입니다. 삶은 다르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전혀 다른 새로운 관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최재경)

미분기하학의 핵심 분야인 극소면곡론의 권위자 최재경(73) 전 고등과학원 원장이 희곡을 쓴 연극 ‘113’이 3∼12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극장 쿼드 무대에 오른다. 최 전 원장도 작은 배역을 맡아 직접 연기도 한다.

연극 ‘113’은 위상수학의 개념인 ‘연결합’(Connected Sum)을 인간의 관계와 삶으로 확장해 풀어낸다. ‘연결합’은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이어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위상수학 개념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친구 ‘순원’이 남긴 시 ‘113’을 찾아가는 수학자 ‘서혁’의 여정을 다룬다.

연출은 김제민(47) 서울예대 교수(리멘워커 대표)가 맡았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AI)이 지은 시를 챗GPT로 다듬어 대본을 완성한 작품 ‘파포스2.0’(2023)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융복합 예술을 실험해왔다.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30일 공연장에서 만난 최 전 원장은 “연결합을 문학적으로 해석해 보고 싶었다”며 “따로 놓여 있을 때는 의미가 없던 것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사람과 사람, 삶과 삶도 그렇게 연결되면서 ‘1+1=3’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 제목이 ‘113’인 이유다.

작품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 전 원장이 인문학자·예술가 등과 소통하는 고등과학원의 초학제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쓴 소설을 낭독 공연 형식으로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만나 교류를 이어온 김 교수가 지난 2023년 최 전 원장에게 이 소설을 무대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날 인터뷰를 함께한 김 교수는 “언젠가 ‘수학과 예술이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이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고 이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수차례 만나 대본을 다듬었다. 최 전 원장은 도형을 그려가며 위상수학을 설명했고, 김 교수는 이를 무대 언어로 재탄생시켰다. 김 교수는 이 작업을 ‘터널링’이라고 묘사했다. “수학과 예술을 ‘융합’한다는 표현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터널을 뚫는 과정, ‘터널링’에 가깝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둘은 수학과 예술이 생각보다 훨씬 닮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희곡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최재경)

“차원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수학과 예술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김제민)

학창 시절 문학이 좋았지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과로 진학해 평생 수학 연구에 몰두해온 최 전 원장에게 이번 작품은 또 다른 시작이다. 그는 “수학도 연극도 결국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이번 작품이 또 다른 연결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교수도 “서로 가장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는 걸 이번 작품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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