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이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전력기기 수주에 성공하며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1조1212억원 규모의 배전기기 및 전력기기 장기 공급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제품별로는 배전기기 5539억원, 전력기기 5673억원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 고객사가 북미 지역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에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실제 발주는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배전기기와 전력기기가 결합된 패키지 형태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전력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한 패키지 공급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배전기기와 전력기기를 함께 공급하면 전력 인프라 설계 정합성을 높일 수 있고, 납기·품질·사후관리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HD현대일렉트릭의 근본적인 체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은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다시 불황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배전사업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초고압변압기, 초고압차단기 등의 전력기기는 대당 가격이 수십억원 이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기·수주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배전기기는 건물과 공장 등 전력 수요처마다 다양하게 공급되는 제품이라 경기 사이클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이번에 패키지 수주에 성공한 것은 정 회장이 강조한대로 전력 뿐 아니라 배전사업의 경쟁력까지 입증한 사례로 풀이된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독일 등의 전력기기 업체에 비해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려온 K전력기기에 기회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글로벌 빅테크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