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르는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파라오다. 카세켐위의 뒤를 이어 중앙집권 체제를 사실상 완성했고, 이집트 남쪽 경계를 제1 급류 지역까지 확장시켰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피라미드의 건설이다. 이집트 역사 속 최초의 피라미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4왕조 시대 피라미드들과는 다르게 계단식이긴 했지만, 최초의 피라미드라고 할 수 있다.
피라미드의 규모 역시 압도적이었다. 높이 62m, 네 밑변은 125×109m에 이른다. 높이 100m가 넘는 훗날 4왕조의 피라미드들보다는 작지만, 충분히 거대하다. 중앙집권 체제 확립과 정치적 안정, 대규모 노동력을 조직할 수 있는 행정 능력 등 국가역량이 없었다면 건축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파라오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 [사진 곽민수]
왜 조세르가 피라미드라는 새로운 형식의 왕묘를 선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후대의 문헌들을 근거로, 하늘로 오르고자 하는 파라오의 욕망을 물리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계단식 피라미드는 처음부터 피라미드로 설계되지도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이 건축물이 적어도 5차례 이상의 증축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6단 피라미드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세르의 무덤은 애초에는 이전 초기왕조 시대 왕묘 형식인 마스터바로 설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마스터바 구조물의 측면이 확장되었고, 이후 여러 개의 마스터바를 층층이 쌓은 4단의 계단식 피라미드 구조로 바뀌었다. 여기에 다시 증축이 이루어져 최종적으로 6단의 피라미드가 완성된 것이다. 궁정 내에서 새로운 왕권 개념과 사후 세계관에 관한 토론과 논쟁, 이데올로기적 선택과 건축적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세르의 피라미드는 이집트에서 지어진 최초의 석재 건축물이기도 하다.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는 피라미드 시대의 시작을 알린 건축사의 기념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