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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음악의 세계] 프랑스가 사랑하는 한국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2026.07.02 08:06 2026.07.0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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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음악 에디터

김호정 음악 에디터

지난달 26일 벨기에 브뤼셀의 플라지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김세현(19)이 마지막 앙코르곡을 시작했다(사진). 재즈풍의 샹송으로 유명한 ‘4월, 파리에서’. 그의 연주는 원곡의 언어인 프랑스어처럼 유연하고 자유로웠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이 지역에서 김세현은 이렇게 벨기에 데뷔 공연을 마쳤다.

파리 롱티보에서 우승한 김세현
우아한 포레 해석, 잇단 러브콜
19세 연주자의 원대한 미래 예고

공연 전체가 프랑스 음악에 보내는 헌사와도 같았다. 프랑스의 대표적 작곡가인 가브리엘 포레의 작품으로 시작했고, 파리에 오래 머물렀고 거기에서 세상을 떠난 작곡가 쇼팽으로 끝났다. 두 작곡가의 서로 다른 뱃노래를 나란히 배치한 프로그램 또한 흥미로웠다.

김세현은 프랑스가 사랑에 빠진 피아니스트다. 한국보다 프랑스가 먼저 알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파리에서 롱티보 콩쿠르를 우승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불과 17세였던 김세현에 반한 심사위원들은 2위 자리를 비우며 압도적 1위를 인정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한 프랑스풍으로 채워지고 있다. 파리의 개선문, 베르사유 궁전, 에펠탑, 루이뷔통 재단, 앵발리드에서 연주했고 프랑스의 대표적 피아노 축제인 라 로크 당테롱에도 초청됐다. 재미있는 점은 그가 프랑스도 유럽도 아닌 미국 유학파라는 사실.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며 하버드 대학, 뉴잉글랜드 음악원의 복수 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이 피아니스트에게 프랑스가 러브콜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지난해 라 로크 당테롱 축제의 독주회에 대해 프랑스의 일간지 르 몽드는 “터치가 우아하며 프레이징의 뉘앙스는 무한하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여기에 대한 김세현의 답가 또한 지극히 프랑스적이다. 지난해 파리의 롱티보 콩쿠르에 참가할 때부터 “센 강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참가를 결심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의 ‘숨은 보석’과 같은 작곡가 포레의 작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지만 진지하게 다루는 피아니스트가 많지는 않았던 음악이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라는 편견으로 다소 손해를 보는 작곡가이지만, 실제로 그의 음악은 낭만주의와 현대를 연결하고 있다.

김세현은 “스승의 영향”이라며 포레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그의 작품을 메인 연주곡으로 삼았다. 포레와 쇼팽을 엮어 독주회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두 작곡가의 작품으로 첫번째 음반(워너 클래식스)을 9월 발매하고 한국 독주회도 연다.

그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배우고 있는 당타이손은 포레의 작품을 주요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피아니스트다. 198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며 쇼팽의 연주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포레의 세계 또한 재해석해 왔다. 김세현은 “또 다른 스승인 피아니스트 신수정·백혜선 선생님에게는 독일 음악의 정수를 배웠고, 지금은 무게감이 보다 적고, 또 자유로운 프랑스 음악을 탐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전승기념일에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혁명기념일에 에펠탑에서는 포레의 즉흥곡 등을 연주했다. 프랑스 음악에 대해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말처럼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음악을 꿈꾸며 연주한다”고 했다.

프랑스 음악의 뉘앙스는 어렵다. 실체가 없는 향기처럼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듯하고, 음색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이날 공연에서 김세현은 정공법을 택했다. 페달을 조절하고 손끝을 단단하게 하면서 소리를 오히려 명료하게 만들어냈고, 깨끗하고 영롱한 프랑스 음악을 들려줬다. “더 또렷하고 싶었다”고 했고 청중은 그의 해석에 기립 박수로 답했다.

9월 나오는 앨범 중에서 먼저 공개된 두 곡에 대한 해석도 우아하다. 포레의 뱃노래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음악의 진행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감정 표현은 지나치거나 덜하지 않다.

김세현의 프랑스 일정은 계속된다. 여름에는 몽펠리에·노앙·낭트의 무대에 서고 라 로크 당테롱의 축제 무대에도 다시 선다. 파리에서는 매년 독주회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을 순회하는 방학이 끝나면 하버드 대학의 세번째 학기로 영문학 공부를 계속한다. 지휘자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협연 무대에도 오른다. 김세현은 최근 정명훈 지휘자가 계속해서 선택하는 협연자다. 10대 끝자락에 있는 피아니스트의 미래가 아득할 정도로 원대하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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