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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뉴스터치] 반도체가 참외다

중앙일보

2026.07.02 08:08 2026.07.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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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선임기자

장혜수 선임기자

참외는 수박과 더불어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영문명에 멜론이 공통으로 들어간다. 영어로 워터 멜론인 수박은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코리안 멜론인 참외는 한국 특산이다. 전 세계 참외의 99.9%가 한국산이다. 참외의 인기가 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2022년 61t이던 대일본 수출이 지난해 271t으로 늘었다. 올해는 4월까지 99t이다. 미국 대형마트에서도 한국산 참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인기의 또 다른 증거는 관련 소셜미디어 콘텐트 급증이다. ‘#チャメ(차메)’ ‘#chamoe’로 검색하면 K참외 콘텐트가 쏟아진다.

참외의 조상인 야생종 멜론은 서양에서 멜론, 동양에서 참외로 분화했다. 한반도는 삼한시대 무렵 유입된 거로 추정한다. 2000년 전 진한 무덤에서 참외 씨가 출토됐다. 한자어로 호과(胡瓜)인 오이와 대비해 진과(眞瓜)로 쓴 전통 참외는 초록색 얼룩무늬 개구리참외다. 일본도 그랬다. 지금의 일본 기후현에 위치했던 마쿠와 마을은 12세기 참외 명산지였다. 일본 전통 참외 이름이 마쿠와 마을에서 나는 오이라는 뜻의 마쿠와우리(真桑瓜)인 이유다. 개항 후 서양에서 유입된 머스크멜론 등에 마쿠와우리가 밀렸다. 1936년 일본 나라현 농업시험장이 마쿠와우리를 개량해 당도 높고 식감 좋은 새 품종을 내놨다. 긴센(銀泉) 참외다. 오늘날 노란색 참외의 원형이다. 1950년대에 은천 참외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들어와 신은천 참외(70년대), 금싸라기 참외(80년대)로 개량됐다. 이제는 K푸드 인기를 등에 업고 역수출되는 상황이다.

참외를 보니 쏙 빼닮은 다른 뭔가가 떠오른다. 그래, 반도체다. 1947년 미국 AT&T가 발명한 트랜지스터 기술은 야생종 멜론처럼 전 세계로 퍼졌다. 전후 폐허에서 재기를 모색하던 일본이 기술을 받아들여 전자산업을 부흥시켰다. 마쿠와우리가 자리 잡던 모습 같다. 미국산에 맞서 자체 기술을 키웠던 일본 산업계 상황은 긴센 참외 육종과 닮은꼴이다. 그리고 일본 기술을 들여와 오늘날 반도체 최강국으로 우뚝 선 모습에서 긴센 참외로 K참외를 키워낸 한국을 본다. 참외가 반도체이고 반도체가 참외다.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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