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현직 경찰관 아버지가 수사 초기 중요 증거물을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친족 특례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피의자의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증거인멸을 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장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장씨의 광주특별시 광산구 원룸에 있던 성인용품 리얼돌을 해체해 폐기하고, 장씨가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리얼돌은 가슴과 목 부위가 훼손된 상태였고, 휴대전화 역시 장씨의 성범죄 목적과 범행 동기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경찰은 초동수사 당시 해당 물품의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고, 장씨를 살인 혐의로만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폐기된 물품의 존재와 장씨의 범행 전후 행적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장씨에게 단순 살인이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일반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어 법정형 차이가 크다. 경찰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장씨 아버지와 경찰 초동수사 전반에 대한 감찰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징계로 이어질 수 있는 감찰과 별개로 장씨의 아버지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형법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피의자를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 또 피의자를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두고 있다. 정성호 장관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해당 특례의 개정 또는 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