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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흉내낸 카우보이 쇼…‘트럼프 무대’ 된 250주년

중앙일보

2026.07.02 08:15 2026.07.0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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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도서관에 도착하자, 루스벨트가 이끈 의용기병대 ‘러프 라이더스’를 재현한 참가자들이 말을 타고 대통령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도서관에 도착하자, 루스벨트가 이끈 의용기병대 ‘러프 라이더스’를 재현한 참가자들이 말을 타고 대통령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미국 독립기념일이자 건국 250주년 기념일(7월 4일)을 사흘 앞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에 새로 들어선 ‘루스벨트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성조기 색 장식의 열차를 타고 행사장 인근 역에 도착해 차량으로 갈아탄 트럼프 대통령을 호위한 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을 탄 기병대였다.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898년 스페인 전쟁 때 이끌었던 의용 기병대 ‘러프 라이더스’를 재현한 연출이었다.

같은 시간, 워싱턴DC 독립기념탑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미국 박람회’ 현장은 텅 비어 있었다. 미국 50개주(州)의 천막 부스가 설치됐지만, 아직 대부분 부스에 차단막이 씌워진 상태였다.

트럼프는 도서관 개관식 연설에서 중국의 파나마 운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외 강경 노선을 내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도서관 개관식 연설에서 중국의 파나마 운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고 강조하는 등 대외 강경 노선을 내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2016년부터 의회가 초당적 위원회 ‘아메리카250’를 만들어 준비해온 독립 250주년 행사를 무산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기념식을 준비할 ‘프리덤250’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박람회는 프리덤250이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였지만, 11개 주가 참여를 거부하며 미국의 분열상을 극심하게 드러내는 현장이 됐다.

미국 독립기념일은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과 이들로 이뤄진 미국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핵심이다. 미국은 정치가 아무리 갈등을 겪더라도 독립의 의미를 기릴 때만큼은 하나로 뭉쳤다. 그러나 이번 독립 250주년의 메인 기념식은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리덤250, 아메리카250의 주최로 각각 열린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트럼프가 AI로 구현된 루스벨트와 대화하며 “파나마 운하가 최대 업적이었냐”고 묻는 등 그를 흉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트럼프가 AI로 구현된 루스벨트와 대화하며 “파나마 운하가 최대 업적이었냐”고 묻는 등 그를 흉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독립기념식이 단순히 국내적 정치 갈등이 아닌 “과거 250년동안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미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이민자들이 만들어온 역사적 흐름에 대한 역행 또는 퇴행을 공식화하는 선언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개막식에서 “지난 13개월 동안 미국으로 입국한 불법 체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강경한 이민정책을 자신의 최대 성과로 제시하고, 다양성을 포용해온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냈다.

정치 예측 시스템 ‘사바토의 수정구슬’로 유명한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교수는 이번 독립기념일이 그간 미국이 이어온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분업 구조, 외교와 경제, 안보 정책 전반의 공식적 전환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일방적 관세·국경·반이민 정책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이어 이란전쟁을 벌였다. 그리고는 이번 독립기념일을 ‘미국에 대한 헌사의 날’(Salute to America day)로 명명하며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을 미래 250년을 위한 노선으로 공식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국방비 증액, 미군 병력 재배치 등을 맞닥뜨린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사바토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은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됐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다극 체제는 트럼프 이전부터 불가피했던 상황”이라며 트럼프 이후에도 ‘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태화.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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