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스벅 구호’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중앙일보

2026.07.02 08:20 2026.07.02 22:4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응원 구호가 나와 큰 파문이 일었다. 경기 중 배재고의 선수 일부가 상대인 광주제일고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를 연호하고 “탱크 데이”를 외쳤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파문에 이은 것으로, 고교 야구 경기 도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컸다. 이 사건으로 배재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상대를 조롱하거나 혐오성 발언을 하는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는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것이기도 하다. 적절한 징계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차별과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은 엄격해지고 있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선수나 학생·학교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징계나 낙인 찍기 역시 문제를 증폭시킬 뿐이다. 학생들의 진학이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6개월 출전 정지란 징계의 적정성은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 더구나 미성년자인 학생 선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상털기가 이어지고, 배재고 정문 앞에 학교와 야구부를 규탄하는 근조 화환이 늘어서는 등의 사적 제재는 학생들이 외친 구호보다 조금도 더 나을 게 없는 잘못된 행동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비틀린 단면을 드러낸 축소판이다. 각종 이슈를 정쟁화해 진영과 지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절제와 배려의 시민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른들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니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조차 못 했고, 학생들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무비판적으로 은연중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조롱과 비하의 응원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공식 경기에서 표출될 때까지 지도자와 학부모는 제 역할을 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학생 경기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해법도 교육에 있다.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고, 이들이 건강하고 건전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역사와 인권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이게 성숙한 사회의 대응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