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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시간 90% 줄였다...‘가상차’로 진짜차 만드는 현대차그룹

중앙일보

2026.07.02 13:00 2026.07.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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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에 구축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승차감·핸들링 등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에 구축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승차감·핸들링 등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지난 1일 국내 최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거점인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270도 곡면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 앞엔 제네시스 G80 차량의 운전석 모양의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연구원이 이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자 실제 주행하는 것처럼 스크린 속 도로가 빠르게 흘러갔다. 코너를 돌 때도 마치 차량에 탄 듯 운전석이 기울었는데, 노면 진동과 원심력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내부.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 설치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내부. 사진 현대차그룹


실물 차량으로 실험하려면 서스펜션이나 타이어 세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가상 실험은 마음껏 세팅을 바꾸면서 반복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 정필영 책임연구원은 “예전에 한 달 걸릴 실험을 사흘이면 끝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완성차 업체에도 핸들링과 승차감을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이 자동차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개발 과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차량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전장(전자장비) 시스템이 많아지면서 실제 차량을 만든 다음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는 개발 속도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상 공간에서 먼저 검증·실험한 뒤 실제 차량을 만드는 식으로 개발 순서를 바꾸고 있다. 차를 만들기 전에 디지털 기술로 문제를 먼저 찾아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게 곧 경쟁력인 셈이다.

남양연구소 노바랩에서 차체 없이 전장 전선과 제어기 등만 연결해 테스트하는 '와이어카' 방식으로 전장 성능 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노바랩에서 차체 없이 전장 전선과 제어기 등만 연결해 테스트하는 '와이어카' 방식으로 전장 성능 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남양연구소에 신축 연구동을 짓고 흩어져있던 실차 연구개발(R&D) 과정을 집결시켜 개발 기간 단축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제어기와 전장 시스템을 검증하는 실험실 ‘노바랩’이다. 이곳엔 차체 껍데기 없이 배선과 전장 부품 등만 연결돼 있는 ‘와이어카(Wire-car)’가 놓여 있다. 기존엔 차량을 점검하다가 전기 오류가 나면 차체를 뜯어봐야 하지만, 껍데기가 없는 와이어카에선 빠르게 점검할 수 있다. 공조·램프·시트는 물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도 와이어카로 실험할 수 있다.

와이어카는 가상 공간에서 주행 보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할 수 있다. 실제로 가상 도로 앞에 다른 차량이 나타나자 와이어카와 연결된 계기판의 속도가 자동으로 낮춰졌다. 또 옆 차와 가까워지자 사이드미러 부분에서 경고등이 울렸다. 김상연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파트장은 “차량 제작에 실제로 들어가기 전 치명적인 문제를 최대한 제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양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에서 디지털 장비를 통해 차량 및 부품의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해 실제 양산 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에서 디지털 장비를 통해 차량 및 부품의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해 실제 양산 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차량 부품 제작과 치수 측정도 모두 디지털로 이뤄진다.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검증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개발 기간은 줄이고 품질은 높이면서도 시간·공간 제약을 넘어선 연구개발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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