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이 지난 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 시장 지시로 취임 후 시장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는 생중계로 진행된다. 사진 뉴스1
“지금 이 회의가 생중계되는 걸 아시나요?” 지난 1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에서 전재수 부산시장이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전 시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회의 생중계는) 떨리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행정의 책임감을 높이고, 시민 삶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시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2일 부산시청 직원들이 1층 대회의실에서 확대간부회의 등 생중계를 위해 카메라와 모니터 등을 테스트 하고 있다. 민선 9기 출범을 계기로 지방 정부에서도 주요 회의 및 업무보고 실시간 생중계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이어 “거의 모든 회의를 시민들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경영위기 지원과 민생 안전망 구축 등 방안이 논의된 이날 회의는 부산시 유튜브 채널 ‘부산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
주요 회의ㆍ타운홀 미팅 생중계 잇따라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부산시를 포함한 광역ㆍ기초자치단체에서 주요 회의를 생중계하는 방식의 공개행정 시도가 잇따른다. 2일 충남도에 따르면 박수현 충남지사는 당선인 때부터 시ㆍ군을 돌며 진행한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했다.
충남도는 앞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간부회의와 출자ㆍ출연기관 회의를 유튜브 채널인 ‘충남TV’에서 생중계할 방침이다. 도지사실엔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24시간 녹화하고, 결재 문서ㆍ연설문ㆍ발언 사진 등과 함께 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당시 당선인)가 지난달 18일 논산 계룡 금산지역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이 타운홀 미팅은 생중계됐다. 신진호 기자
강원도는 오는 6일 춘천시 서면 강원창작개발센터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민선 9기 도정 타운홀 미팅’을 생중계로 진행한다. 우상호 지사를 포함해 경제ㆍ문화 및 농산어업 등 각계를 대표하는 도민 100여명이 참석하는 회의다. 우 지사와 인수위 관계자들이 도민 질의에 공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기초 단위서도 ‘공개행정’ 발맞춰
이는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 등을 생중계하는 이재명 정부의 공개행정 기조가 지방정부로 확산하는 흐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셋째 주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여론조사에서는 ‘소통/국무회의·업무보고’(18%)가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힌 적도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충북 청주와 경기 고양, 경남 김해시 등이 동참했다. 이장섭 충북 청주시장은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며 월간 업무회의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첫 월간회의를 청주시 유튜브로 생중계할 방침이다.
이장섭 충북 청주시장은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며 월간 업무회의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유튜브 캡처
고양시는 간부회의 생중계를, 김해시 또한 확대 간부회의와 정례 조회, 주요 사업 보고회 등 주요 회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
“투명 행정” 기대 속 “보여주기식” 우려도
이런 시도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울산시에선 김상욱 울산시장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 업무보고를 ‘김상욱TV’로 생중계하던 중 공무원이 질책받는 장면이 공개되며 공무원 부담감 논란이 일었다. 이에 ‘투명 행정’이란 평가와 함께 공무원 발언 위축 및 과도한 비판 노출 등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김상욱 울산시장(당시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 업무보고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진 김상욱 TV 캡처
한 광역지자체 6급 공무원은 “단체장 주재 주요 회의 때면 실ㆍ국마다 이 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까지 열어 대비한다. 생중계가 더해지면 사소한 말실수 등 부수적인 문제까지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자유로운 논의도 제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회의 생중계는 일반 시민이 언론을 통하지 않고 정책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판단할 수 있어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참석 공무원이 실수 부담 때문에 회의 자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행 과정에서 공무원의 실수나 언행ㆍ태도보단 정책 내용이 더 부각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