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상비병력의 간부 비율을 “2040년까지 현재 40%에서 63%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달 9일 “2040년까지 인공지능(AI)·첨단 과학기술 기반 스마트 정예 강군” 육성을 위한 새로운 국방개혁 추진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한 세미나에서 제시된 내용으로, 향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육군 51사단 철마여단 소속 장병이 인천도시지역전투훈련장에서 개활지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연합
전방 군단의 하사 직위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2040년까지 간부 비율 63%의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하사 보직 충원율은 1군단 38.3%, 2군단 53.6%, 3군단 52.4%, 5군단 44.9%였다. 국방부는 간부 지원 유인을 위해 기술 부사관 획득을 위한 선택적 모병제 도입, 초급 간부 보수의 민간 중견기업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 등을 함께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는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이미 터득한 교훈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방개혁 2020’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제기됐던 문제는 북한 위협에 대한 가정의 적절성, 재원 조달의 가능성, 간부 비율 40%의 달성 가능성 등이었다. 이들 3가지 문제는 개혁 추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쟁의 대상이었고, 결국 전투력 공백과 개혁 추동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 2020’에서 ‘북한의 위협은 점차 감소하고 주변국의 불특정·불확실 위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가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가정에 따라 상비병력을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이고, 군단·사단 등 단위부대도 감축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 추진으로 위협이 오히려 증가하자, 박근혜·이명박 정부는 병력·부대 감축을 취소·연기했다. 그러나 이어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 위협 현실화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기조를 계승해 병력·부대 감축을 추진했다. 현실성이 결여된 가정으로 개혁 기조가 흔들리면서 개혁은 추동력을 잃었다.
지난달 26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6년 대한민국 육군 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정모를 하늘로 던지며 임관을 자축하고 있다. 육군
‘국방개혁 2020’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방부는 속도감 있는 개혁을 위해 초기에 재원을 집중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2006~2015년 회계기간 동안 평균 8.8%의 국방예산 증가율을 보장해야 했다. 초기 국방예산 증가율은 2007년 8.8%, 2008년 8.8%, 2009년 8.7%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2010년 2.0%, 2011년 6.2%, 2012년 5.0%, 2013년 4.7%, 2014년 3.5%, 2015년 5.2%로 떨어졌다.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되자 개혁 목표연도를 2020년에서 2030년으로 조정했고, 그 결과로써 병력과 부대 감축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첨단전력 증강은 2030년까지 미뤄져 전투력 공백이 발생했다.
간부 비율 40%의 달성 가능성도 중요 쟁점이었다. 간부 비율 40%는 ‘대규모 병력 위주의 재래식 구조’에서 ‘정보·기술 중심의 질적 구조’로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2005년 계획 수립 당시 간부 비율은 25% 수준으로, 15%를 추가로 증원해야 했고, 그 대부분은 육군의 몫이었다. 그동안 육군은 초급 간부 처우 개선, 장기 복무 선발 확대, 여성인력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전방 군단 하사 직위의 절반도 못 채우는 모집난을 겪고 있다.
국방부의 간부 비율 “현재 40%” 표현은 마치 ‘국방개혁 2020’에서 설정한 간부 비율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간부 비율 40%’ 통계 자체는 거짓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간부를 많이 뽑아서가 아니라, 병사 복무 기간 단축과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로 분모인 병사 숫자가 급감하며 발생한 통계상 착시에 불과하다. 통계의 착시 효과를 마치 실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착각하고 또다시 ‘희망적 목표’를 새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달성 가능한 간부 비율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간부 비율 40%’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간부 비율 40%’를 달성했지만, 왜 전방 초급 간부 충원율은 계속 낮아지고, 왜 초급 간부 지원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며, 왜 초급 간부 이직률은 날로 늘어나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과 변수를 달리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용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미래 환경에서 달성 가능한 합리적인 간부 비율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방부
오늘날의 심각한 초급 간부 모집난을 고려했을 때 ‘간부 비율 63%’는 실현 불가능한 ‘희망적 목표’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희망적 목표’는 오히려 개혁에 장애가 될 뿐이다. 2040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새로운 개혁안 수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가정, 전제, 목표의 설정이 필요하다. 간부 비율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방개혁에 포함될 가정, 전제, 목표는 사전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실현 가능성이 담보된 것이어야 한다. 희망적 가정, 희망적 전제, 희망적 목표는 오히려 전투력 공백과 개혁의 추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