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서우(가명)는 집에 가는 길 내내 울고 싶었다. 체육 시간에 같은 반 유리(가명)를 피구공으로 맞힌 이후 유리와 그 친구들이 하루 종일 째려봤기 때문이다. 국어 시간에 서우가 교과서를 소리내 읽은 순간, 유리가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도 들은 것 같았다. 서우는 집에 달려가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학교폭력(학폭) 신고를 결정했다.
학폭 가해자로 몰린 유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구공에 맞았을 때 아파서 쳐다봤을 뿐, 이후에 서우를 의도적으로 째려본 적도, 비웃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리의 부모는 서우를 ‘맞학폭’으로 신고하겠다고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 박진호 경감이 실제 맡았던 사례다. 2017년부터 8년 넘게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맡으며, 국내 최다 학폭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박 경감은 “특히 요즘 학폭은 더 민감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서울 곳곳에서 학부모들이 찾는 '학폭 전문 경찰'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중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자신만의 학폭 예방 교육법을 전했다. 강정현 기자
학폭 신고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2만5903건이던 접수 건수는 2024년 5만8502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 사항이 반영되면서, 학폭 신고를 둘러싼 반응도 한층 예민해졌다.
그런데 박 경감은 학폭 신고를 하는 부모들이 가장 실수하는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 모르고 무턱대고 신고했다가 후회하는 학부모를 수없이 만났다는 것이다. 그는 서우와 유리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에게는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구체적인 ‘학폭 해결 솔루션’이 있었다.
「
대입 결정하는 ‘요즘 학폭’
」
학교전담경찰관 박진호 경감은 "요즘 학폭 양상은 드라마 '더 글로리'와 달리, SNS상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딥페이크 형태로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Q : 요즘 학폭,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요?
학부모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절차상 학폭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의 운신 폭도 좁아졌죠. 그런데 제 경험상, 4호(사회봉사) 이상의 조치가 나오는 경우는 10% 미만이에요. 학폭 신고 건수 자체는 많아진 반면, 실제 학폭이 더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 가장 많이 신고하는 학폭 유형은 뭔가요?
언어폭력이 가장 많습니다. ‘X발’ ‘X나’ 같은 욕설은 학생들의 표준어 수준이에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 학폭 신고 내용을 보면, 아이들 사이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도 많아요. “돼지야” “너는 곰 같아”라며 별명을 붙여 부르거나 지나가는데 발을 걸었다는 이유로 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Q : 학폭의 판단 기준이 뭔가요?
‘괴롭힘’ 여부를 봅니다. 학폭은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해요. 따돌림 같은 형법에 없는 것도 학폭으로 분류하기 때문이죠.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고의성’과 ‘지속성’인데요. 일회성으로 별명을 부르는 건 괴롭힘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제지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된다면, 학폭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어요.
Q : 성인 범죄 수준에 가까운 심각한 학폭 사례도 늘었는지 궁금합니다.
스마트폰 사용과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더 심각해진 양상이 있어요. 남학생 둘이 “1대1로 한판 붙자”라며 싸우는 장소를 정해 인스타그램으로 전파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럼 인근에 있는 다른 학교 친구들도 전부 나와서 둘의 싸움을 구경하는 거예요. 말리는 사람은 당연히 없고, 심지어는 싸우는 장면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또, 도박에 빠져서 주변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달라 협박하는 경우도 많아요. 고등학생들이 도박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굉장히 많이 합니다.
생각보다 규모도 커요. 3000만원까지 베팅한 경우도 봤습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다는 형식으로 돈을 빼앗고, 중간에서 돈을 걷은 학생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생겨요.
사이버상에서 주로 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잘 몰라요. 휴대전화를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거죠.
Q : 부모가 아이가 겪는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모든 게 다 들어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그걸 보여주게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