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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원시스 사태도 해결 안됐는데...코레일 열차 입찰 또 논란

중앙일보

2026.07.02 14:00 2026.07.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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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레일의 구로차량기지에 전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레일의 구로차량기지에 전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철도차량 제조사인 다원시스의 열차 무더기 납품 지연 사태가 채 해결되기도 전에 코레일이 최근 진행한 전동차 입찰이 또 논란이다.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평가 기준의 문제를 들어 코레일의 후속 계약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3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중견 철도차량 제조사인 우진산전은 지난달 29일 코레일을 상대로 ‘임시지위 확인 및 절차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냈다.

문제가 된 입찰은 지난 5월 22일 코레일이 공고한 월곶판교선(48량, 6량 1편성)과 인덕원동탄선(92량, 4량 1편성), 대경선(4량, 2량 1편성)에 투입할 전동차 144량이 대상이다.

흔히 ‘최저가 입찰’로 불리는 2단계 규격·분리 동시입찰 방식이 적용됐다. 규격(기술) 평가에서 85점(100점 만점)을 넘으면 통과되며, 그 뒤에는 기술평가 점수와는 무관하게 가장 낮은 가격을 쓴 업체가 수주하는 방식이다.

해당 입찰에는 우진산전(89.4467점)과 로만시스(85.7333점)가 참가했으며, 2개사 모두 기술평가를 통과했다. 이후 가격평가에서 더 적은 금액을 써낸 로만시스(3097억 6000만원)가 낙찰예정자로 선정됐다. 우진산전은 3225억원을 제시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철도차량 제조사인 로만시스는 앞서 코레일의 디젤전기관차 30여대를 수주한 바 있으나 전동차 등 여객용 열차 입찰에 직접 성공한 적은 없다. 주로 현대로템의 하청을 받아 트램 등을 제작·납품해 왔다.
경남 창원에 있는 로만시스 공장 모습. 출처 로만시스 홈페이지 캡처

경남 창원에 있는 로만시스 공장 모습. 출처 로만시스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기술평가 과정에서 납품실적 인정기준이 불합리했다는 게 우진산전의 주장이다. 본지가 확보한 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우진산전은 “로만시스는 자기 명의의 전동차 형식승인·납품실적이 없는데도 이를 보유한 현대로템과의 협약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현대로템의 납품실적을 자신의 실적으로 인정받아 기술평가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이번 평가에서 입찰참가사가 자기 명의의 납품실적이 없더라도 이를 가진 회사와 계약 이행 과정에서 형식승인 등 절차에서 협력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협약서 등 문서를 제출하면 이를 입찰자의 납품실적으로 인정하는 예외조항을 적용했다.

로만시스는 이번 입찰에서 현대로템과 설계 및 기술자료 지원, 견인전동기 등 부품 5종의 공급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기술지원협약서’와 ‘물품공급확약서’를 체결해 제출했다.

이에 따라 로만시스는 현대로템에서 하청받아 납품한 실적을 ‘유사물품 실적’으로 인정받아 5.4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기본점수 6점을 합하면 총 11.4점을 딴 셈이다. 납품실적 평가에서 동등 이상 물품에 해당하면 최고 9점, 유사물품은 5.4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모두 해당 안 되면 0점이어서 사실상 계약을 딸 수 없다는 게 철도업계 얘기다.

유사물품은 해당 제품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술력과 실적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로만시스가 유사물품 실적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기술평가에서 85점을 못 넘어 탈락했을 거란 얘기가 된다.
지난해 10월 우진산전 오창공장에서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들이 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 제작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우진산전 오창공장에서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들이 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 제작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우진산전은 “예외 조항은 입찰공고가 명시한, 스스로 설계·제작해 납품하는 ‘직접생산’ 조건 조항에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그 유효성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전동차는 무엇보다 안전성의 확보가 계약의 핵심 목적”이라며 “발주기관으로서는 설계·제작은 물론 형식승인의 취득·유지와 하자보수·수리까지 자기의 책임과 역량으로 이행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우진산전은 그러면서 “구매 계약 절차를 이행하지 말고, 로만시스가 아닌 우진산전을 낙찰예정자로 임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처분 신청의 재판부는 정해졌으나 변론 또는 심문기일은 미정이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지난 2024년 전동차 108량 입찰 당시에도 현대로템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로만시스의 ‘물품납품실적 확인서(폴란드 바르샤바 트램)’를 근거로 유사실적을 인정한 바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여기에 일정 실적을 가진 회사가 설계 및 시험절차 등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협약서까지 추가로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평가 조건을 너무 강화하면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어 ’형식승인을 득한 업체와 협력하기로 약정한 경우‘도 납품실적으로 인정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도 예외 조항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의 전직 간부는 “각자 지분만큼 법적 책임을 지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아닌 데다 입찰에 참여도 안 한 현대로템 명의의 납품 실적을 로만시스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역에 있는 한국철도공사 본사 모습. 연합뉴스

대전역에 있는 한국철도공사 본사 모습. 연합뉴스


코레일이 로만시스가 전동차를 차질없이 제작해 제때 납품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꼼꼼하게 살핀 뒤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로템이 설계 등 기술지원은 약속했지만 적기 납품까지 책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로만시스와의 협약에 대해 “당사와 로만시스가 약정한 확약서는 차량 납품 및 납기와는 무관하다”며 “이에 로만시스의 납품 및 납기와 관련해 당사의 책임 범위는 귀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계약 전에 업체 간 기술지원 협력 관계를 구체화해서 계약에 반영할 예정이며, 협약 당사자 간 책임 연대를 담보토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컨소시엄이 아닌 이상 현대로템에 추가적인 책임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다원시스가 납품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EMU-150 146칸에 대한 입찰은 현대로템만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코레일은 차량 납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가입찰과 달리 기술평가 및 가격 점수를 모두 합산해 낙찰자를 뽑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채택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철도차량 제작사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원시스의 무더기 납품지연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 때 지적한 바 있다. 철도업계에선 재입찰과 수의계약 과정 등을 거쳐 현대로템이 수주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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