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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재난이 오면 정의가 바뀌는가?

Chicago

2026.07.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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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2026년 6월 30일, 일리노이 주정부는 Cook County를 포함한 11개 카운티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올해 봄과 초여름 동안 토네이도, 폭풍, 홍수, 강풍 피해가 이어졌고, 주정부는 복구와 지원을 위해 추가 자원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재난지역 선포라는 말은 행정적으로는 건조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무너진 집, 끊어진 전기, 물에 잠긴 도로, 병원으로 가지 못하는 환자, 그리고 “우리는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하는가”라는 잔인한 질문이 숨어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유명한 질문이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달려가고 있다. 그대로 가면 선로 위의 다섯 사람이 죽는다. 하지만 선로의 방향을 바꾸면 옆 선로의 한 사람만 죽는다. 당신이 선로를 바꿀 수 있다면 방향을 바꿀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하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그 한 명의 얼굴을 보게 되면, 그리고 그 한 명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답은 더 이상 쉽지 않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덮쳤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제방이 무너지고 도시가 물에 잠겼다. Memorial Medical Center에는 환자, 의료진, 직원, 그리고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병원이 피난처였다. 그러나 곧 병원 자체가 고립된 섬이 되었다.
 
병원이 병원 구실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 깨끗한 물과 전기다.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깨끗한 물이 필요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중환자에게는 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카트리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빼앗아 갔다.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에어컨도 멈췄고, 인공호흡기도 위태로워졌다. 병원 실내 온도는 100도 가까이 올라갔다. 화장실에는 오물이 쌓였고, 오랫동안 씻지 못한 사람들의 냄새가 병원 안에 퍼졌다. 병원은 더 이상 치료의 공간이라기보다, 구조를 기다리는 거대한 난파선 같았다.
 
처음 며칠 동안 의료진은 필사적으로 환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헬기와 배가 오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구조는 느렸고,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 안 사람들은 혹시 자신들이 영원히 구조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때 병원 안에서는 환자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일이 벌어졌다. 혼자 걸을 수 있거나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는 1등급 환자는 먼저 구조될 수 있었다. 반대로 상태가 위중하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거나, 심폐소생술 거부 지시가 있는 3등급 환자들은 뒤로 밀렸다. 평상시라면 가장 위중한 환자부터 돌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당시 Memorial 병원에서는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 옮기기 쉬운 사람, 빨리 내보낼 수 있는 사람이 먼저 구조되었다.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뒤로 밀렸던 것이다.
 
재난 상황이 수습된 뒤 Memorial 병원에서는 45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후 일부 환자들에게 모르핀과 진정제 미다졸람이 과다 투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Dr. Anna Pou와 간호사 두 명은 2급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2007년 대배심은 이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형사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구조될 수 없는 위독한 환자들에게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안락사가 행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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