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밌게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원래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어 유명 선수 이름만 아는 정도고 큰 대회가 아니면 보지도 않는 편이지만 월드컵은 다르다. 월드컵 관련 뉴스는 열심히 챙기고 스케줄도 체크하고, 경기를 볼 때는 어설픈 관전평까지 해 함께 보는 사람들을 실소케 한다. 나름대로 확실한 응원 기준도 있다. 대한민국이나 미국이 아니면 무조건 약체국 편이다.
그래서 이번엔 조별리그 초반부터 신이 났다. 월드컵이 막을 올리자마자 한국이 체코를 눌러 기분이 좋았고, 서아프리카 작은 섬나라 카보 베르데가 무적함대 스페인과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을 때는 정말 기뻤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새롭게 느낀 점은 미국이 축구를 매우 잘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축구 열기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멕시코, 캐나다와 공동 주최국인 데다 대다수 경기가 미국에서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여간 요즘은 가는 곳마다 축구 얘기고 월드컵이 화제다. ’풋볼‘하면 아메리칸 풋볼만 뜨겁게 사랑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이렇게 축구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보니 기쁘고 신난다.
미국에서 40여년을 거주해 왔지만 솔직히 아직 이 나라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어디 한두 가지던가. 하지만 미국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있다. 이 나라에는 분명 천사가 이곳저곳 참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그 천사들을 여러명 만났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에인절이 몇 있는데 유독 자동차를 탈 때마다 떠오르는 '찐천사'도 늘 기억이 생생하다.
아주 오래전 휴대폰도 없던 시절, 뉴포트비치에서 열린 결혼식 참석 후 집으로 돌아오던 중 깜깜한 도로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주말 늦은 밤이라 도로에는 오가는 차도 별로 없어 겁이 덜컥 나며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일단 진정하고 도로변에 차를 세운 후 궁리 중이었는데 누군가 뒤에 차를 세우고는 도움을 주겠다고 다가왔다. 두려운 눈빛을 느꼈는지 차창 밖으로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며 안심시키는 행동에 외양도 반듯해 보이는 청년이라 믿음이 가 일단 도움을 받기로 했다.
트렁크를 열고 스페어타이어를 꺼냈는데 기가 막히게도 이 타이어 역시 바람이 빠진 상태였다. 난감하고 미안함으로 쩔쩔매자 그가 차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인근 자동차 수리점을 찾아 스페어타이어에 바람을 넣어 오겠다고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돌아온 이 천사는 차 타이어를 교체해 준 후 오히려 “무섭고 힘들지 않았냐”며 나를 위로해 주고 활짝 웃으며 떠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흘렀다.
또 한명의 ‘찐천사’는 마켓 주차장에서 만났다. 차 사고 후 전기차를 빌려 타고 다니던 중 마켓 주차장에서 충전할 때였다. 처음 타는 차라 이것저것 다루기가 불편했는데 결국 마켓 주차장에서 사달이 났다. 충전을 마치고 충전기를 차에서 빼려는데 요지부동, 꼼짝달싹을 안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아내와 함께 쇼핑한 물건들을 차에 싣던 한 남성이 도와주겠다면서 다가왔다. 자기도 전기차를 타고 다니지만 차종이 달라 모르겠다며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충전기는 꼼짝을 안 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곧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와 이리저리 검색하며 남편을 도왔다. 그래도 해결이 안되자 이 부부는 차 매뉴얼을 원했다. 시간이 제법 흘렀고 책자를 뒤적여 가던 부부는 방법을 찾아내 결국 충전기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함께 하이파이브하며 춤추듯 자기 차로 돌아가던 이 부부의 뒷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이가 빨리 가자고 칭얼대는데도 달래가며 오랜 시간 남을 도와주던 멋진 부부를 마음속 보물 창고에 소중히 담아놓고 그 마음을 닮으려 노력한다.
이들 외에도 그동안 생면 부지의 사람에게 받았던 너무 많은 도움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을 강한 나라로 이끌어 가는 파워는 바로 이런 천사들에게서 피어나는 힘이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곧 250세 생일을 맞는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축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50개 주가 참여해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를 포함해 각 주, 각 도시와 카운티 별로 ‘그레이트 아메리카’ 축제가 올해 말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미국의 250년 생일을 함께 축하했으면 한다.
최근 일부 정치인으로 인해 국제사회로 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많은 천사가 사는 미국은 여전히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