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빚어온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정통망법은 고의적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조작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행위에 대해 무거운 금전적 책임을 지워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더불아민주당이 주도해 지난해 12월 통과시켰고 공포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법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규제의 기준이 모호하고 징벌적 배상 등 규제가 과도하며, 언론사·유튜버 등을 상대로 한 정치인·고위공직자·대기업 등의 입막음용 소송,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남발 가능성이 해악 요소로 꼽혀 왔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강력한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야권은 이 법을 두고 ‘입틀막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으나 시행 날짜는 어김없이 다가왔다.
가령, 개정 정통망법 44조는 ‘사실이나 의견 전파를 업으로 하는 자’가 고의 또는 부당 이익을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해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했다. 2회 해당될 경우는 10억원의 과징금까지 가능토록 했다. 언론사와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유튜버 등이 1차적으로 이 조항의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이나 경제력 있는 이른바 ‘공적 주체’가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단계에서도 소송을 제기하거나, 혹은 소송을 걸겠다는 태세만을 보여도 언론 활동은 위축될 수 있다.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어 정부 기관의 자의적 해석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 법안에 대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위헌성을 지적했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징벌적 처벌조항 등을 삭제한 정통망법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국회 소통마당에 올라온 ‘정통망법 철회 청원’은 한 달 동안 14만 명이 동의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국내에 주재하는 외국 언론사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지난 1일 “정통망법이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언론인과 언론사의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존중”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은 그 시행 전후를 막론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검토와 폭넓은 공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SFCC는 전 세계 약 100개 언론사의 외신기자 등 460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다. 개정 정통망법에 대한 우려는 진보진영 언론단체나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로 표명했다.
또한 네이버·카카오 등 하루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판정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플랫폼에서 내려버리는 경우 표현의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플랫폼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게시물을 필터링할 경우 건전한 정부 정책 비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는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민주주의 시스템을 훼손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역시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다. 허위 정보 대응과 표현의 자유 보호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되어야 할 원칙이다. 문제 있는 법은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바로잡으면 된다. 가짜 뉴스 근절이라는 좋은 명분이 과잉 우려와 악용 가능성이 있는 조항들로 인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정통망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