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받지도 않은 돈 돌려주던' 규정 중단…재정난 일단 모면
"카프카적 모순" 손질…실제 걷힌 분담금만 환급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유엔이 수십년간 이어져온 예산 환급 규정을 손질하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3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유엔 총회 제5위원회는 회원국에 미집행 예산을 자동으로 돌려주던 규정을 4년간 유예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30일 채택했다.
유엔은 매년 193개 회원국이 분담금을 100% 납부한다는 전제로 예산안을 짠다.
이에 따라 회계연도 말 쓰고 남은 예산이 생기면 회원국별로 분담금 비율에 따라 다음해 분담금에서 그만큼을 빼주는 방식으로 자동 환급해왔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 일부 회원국이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아 유엔 금고에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회계상 잉여 예산이 발생하면 이를 회원국에 환급해야 했다.
이는 실제 없는 돈을 돌려주는 셈이어서 유동성 부족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를 두고 "존재하지도 않는 돈을 돌려줘야 하는 카프카적 모순"이라며 예산 고갈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결의안 통과로 앞으로는 '실제 현금으로 수납된 자금 범위 내에서만' 환급이 이뤄지게 된다.
유엔 사무국은 이번 조치로 향후 1년간 최소 12억달러(약 1조8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엔 재정 책임자인 찬드라몰리 라마나탄 사무차장보는 "배에 물이 새서 거의 침몰 직전이었는데, 구멍들을 막은 덕분에 해안에 도착해 배를 차근차근 수리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현금 부족을 완화하는 임시 처방에 가깝다.
회원국의 분담금 납부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분담금의 체납이 이어질 경우 유엔의 재정난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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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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