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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왜 살인범에 10억 줬나…‘이단 헌터’ 탁명환 피살 사건

중앙일보

2026.07.03 14:00 2026.07.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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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헌터, 32년 만의 진실


프랑스 수사학에는 오래된 격언이 하나 있다. ‘셰르셰 라르장(Cherchez l'argent)’, 돈을 따라가면 범인이 나온다는 뜻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되고 복잡하게 얽힌 사건일지라도 추악한 가면 뒤의 실체는 결국 돈의 흐름에서 꼬리가 잡힌다.

32년 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발생한 대담한 살인 사건 현장은 얼핏 보기에 모순투성이였다. 밤 10시, 아직 오가는 이들이 많은 시간에 벌어진 잔혹한 습격. 피해자의 경동맥이 완전히 잘려나갔지만 현장에는 선혈이 분출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영화 속 킬러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살인을 실행한 범인은 현장에 결정적 단서를 흘리고 갔다. 치밀한 암살 현장에 남겨진 어설픈 실수. 이 기묘한 모순 뒤엔 어떤 진실이 있는 걸까.

#1. 어둠 속의 습격

탁명환 국제종교연구소장 생전 모습. 중앙포토

탁명환 국제종교연구소장 생전 모습. 중앙포토

1994년 2월 18일 밤 10시쯤, 차량 한 대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 아버지, 주차하고 갈 테니 먼저 올라가세요. "

빵 봉지를 들고 내리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은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것이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차를 세우고 공동 현관으로 들어서던 아들의 귀에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퍽!

2층 복도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기분 나쁜 소리. 아들은 반사적으로 뛰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 복도를 돌았을 때, 복도 파이프를 붙잡은 채 간신히 서 있던 아버지의 실루엣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 주변을 타고 내린 시뻘건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피였다. 황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 종교 연구가 탁명환 소장이 살해됐습니다. "

#2. 용의자들

탁명환 소장 장례식 당시 빈소 모습. 중앙포토

탁명환 소장 장례식 당시 빈소 모습. 중앙포토

어떤 이들에겐 마귀 들린 자라며 ‘사탄의 아들’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겐 이단 사냥꾼이자 ‘사이비 헌터’로 기억되는 사람. 탁명환 소장은 신흥 종교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 당대 유일한 저널리스트였다. 동방교·섹스교부터 통일교·구원파·영생교까지. 세상에 물의를 일으킨 종교 집단들의 문제를 그는 파헤쳤다. 그의 무기는 카메라 한 대와 볼펜 한 자루뿐이었다. 빗발치는 살해 협박 속에서도 그는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가 폭로해온 종교 단체들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사건 사흘 전, 그가 출연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영생교가 다뤄졌다. 영생교가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1992년에는 ‘휴거 소동’을 취재하고 돌아오다 흉기 피습을 당했다. 1985년엔 집 앞에 세워두었던 차량에서 폭탄이 터졌다. 평생 겪은 테러만 70여 차례. 어느 집단이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3. 달력 뒷면, 12인의 명단

다음 날 아침, 서울시경 송경엽 형사가 보고서를 훑어봤다. 현장에서 쇠파이프와 찢어진 달력 종이가 발견됐다. 거칠게 찢어진 달력 뒷면에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도○○ 2/10
임○○ 2/17
박○○ 2/22, 24
이름과 숫자가 나란히 적힌 메모를 보고 송 형사는 직감했다.

그 숫자가 날짜이고, 한 장소에서 합숙한 당번의 기록이라는 것을. 송 형사는 즉시 여자 형사 기동대팀에 전산 조회를 요청했다. 당시 에이스로 꼽혔던 박미옥 형사가 명단에 적힌 열두 명의 이름을 조회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겹치는 주소가 있어요. 서울 오류동 그 교회요.”

(계속)

“전형적인 킬러의 살해 방식입니다.”

부검 기록을 살펴본 법의학자가 혀를 내둘렀다. 범인은 누구였을까.

또 사형을 구형받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살인범은 어떻게 14년 만에 출소할 수 있었을까. 신도시 아파트 구매 비용은 어디서 난 걸까. 탁명환 살인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9463



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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