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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쏠림에 지친 투자자들…“美보다 ‘평화배당’ 큰 유럽 증시 뜬다”

중앙일보

2026.07.03 14:00 2026.07.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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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밖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밖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독주에 가려졌던 유럽 증시가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기술주의 인공지능(AI) 투자 쏠림 부담이 커진 가운데, ‘만년 저평가’를 받던 유럽 증시가 분산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 증시를 아우르는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STOXX)600 지수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1.41% 오른 648.3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3일에도 0.68% 상승한 652.77로 마감하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올해 2분기 상승률은 약 10%로 2020년 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번 주 유럽 증시는 방산주와 함께 산업재, 은행, 금융 서비스 같은 경기 민감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긴장 완화에 힘입어 과거 기술주에만 집중됐던 증시 랠리가 다른 업종으로 넓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 증시의 랠리는 국제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이란 휴전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의 이익 개선과 물가 안정 기대가 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올랐다. 이는 시장 전망치(3%)와 전월(3.2%)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이 실제로 끝났다는 전제라면 유럽 증시가 미국보다 더 큰 ‘평화 배당(Peace dividend)’을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며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유럽 기업의 실적 회복 폭이 미국보다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안드라스 비그 투자전략가는 “낮은 유가는 유럽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며 “낮은 밸류에이션과 미국보다 분산된 시장 구조가 기술주 밖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투자은행(IB)은 잇달아 유럽 증시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도이치방크와 바클레이즈는 최근 유럽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철회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메가캡 기술주 집중도를 낮추며 지역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이 최대 수혜 지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올해 유럽 기업 이익 증가율은 16% 이상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에서 유럽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앞선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유럽 상장지수펀드(ETF)는 10주 연속 자금 유출 끝에 6월 셋째 주 15억 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ETF에는 560억 달러가 유입됐다. 시장정보업체 LSEG 집계 기준 올해 기업 이익 증가율 전망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24.5%로 스톡스600(14.3%)을 크게 웃돈다. 내년도 미국 18.1%, 유럽 11.9%로 전망된다.

북유럽 금융그룹 노르데아의 헤르타 알라바 수석전략가는 “유럽으로 일부 순환매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자금 재배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픽텟자산운용 아룬 사이 수석전략가도 “독일의 인프라·국방 투자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져야 본격적인 자금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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