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이 6·3 지방선거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선거 성적과 후보의 피습 자작극 의혹, 2%대에 정체된 지지율을 두고 당내에서 “이대로는 위기”라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선거비용 99만원’ 등의 새 공천시스템을 도입하며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를 흔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192명의 후보 중 김기현 경기 화성시의원 단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0.82%)는 정의당(1.03%)과 여성의당(0.84%)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크호스’를 자임했던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 역시 4%대 득표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의혹이 더해졌다. 정 후보가 지난 4월 27일 선거유세 중 차량 운전자가 던진 음료를 맞고 넘어져 뇌진탕 등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부산 금정경찰서가 정 후보가 자작극을 꾸몄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전해진 자작극 수사 소식에 정치권은 “상상을 못 했던 일”(전직 의원)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개혁신당은 이번 선거로 정치실험이 끝났다”며 “특히 정 후보의 자작극 의혹이 개혁신당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이 올 상반기 내내 2~4%대 정당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걸 두고도 “이준석 대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제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됐다”고 했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뉴스1
위기를 맞은 개혁신당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번째는 국민의힘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정부의 대규모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비판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 동탄과 평택을 지역구로 둔 두 사람이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정치 일정에 맞춰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로운 입지를 졸속 발표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지난달 8일에도 안철수·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가능케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거대 양당과의 차별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여전히 유효한 분위기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3일 통화에서 “개별 사안에 합리적인 의견을 내는 걸 넘어 개혁신당을 뽑아야 하는 ‘원픽 세일즈 포인트’를 여전히 발굴하려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각종 이슈에서 개혁신당만의 고유한 노선을 부각하는 전략을 계속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기본소득당 등이 참석한 선관위의 ‘외국 정당·정치제도 연수’ 사업을 두고 “외유성 카르텔”이라며 “혈세 탕진 명단에 우리 당 이름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