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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철근뿐” 휑한 쇼핑몰 일부러 찾아간다…‘백룸 투어’ 뭐길래

중앙일보

2026.07.03 14:00 2026.07.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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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맵'에 게시된 장소 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이아미 기자

'백룸맵'에 게시된 장소 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이아미 기자


지난 1일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상가, 1층에 미로처럼 늘어선 옷 가게 사이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허름한 엘리베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17층에 도착하니 윙윙거리는 형광등 아래 오랫동안 비어 있는 사무실 출입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인적은 드물었고 공간 전체에 서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3층부터 20층까지 중앙부가 뚫린 구조에, 같은 형태의 복도가 반복되는 모습은 영화 ‘백룸’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5월 국내 개봉한 영화 ‘백룸’이 해외 공포영화로는 드물게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영화 속 ‘리미널 스페이스’를 현실에서 찾아 체험한 뒤 후기를 공유하는 이른바 ‘백룸 투어’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리미널 스페이스란 텅 빈 사무실이나 인적 없는 쇼핑몰처럼 익숙한 공간 같지만 원래라면 있어야 할 것들이 없어 미묘한 괴리감·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말한다. 2010년대 해외 인터넷 문화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영화 ‘백룸’에도 이런 공간들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백룸' 스틸컷.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영화 '백룸' 스틸컷. 사진 바이포엠 스튜디오




상가·터미널·주차장…전국 곳곳 ‘백룸’

컬트적 인기에 힘입어 전국 곳곳의 리미널 스페이스를 모아 정리한 ‘백룸맵’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용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동대문 밀레오레 상가를 비롯해 강변 테크노마트, 동서울 터미널, 각종 터널과 지하 주차장 등 전국 100곳이 등록돼 있다. 사이트에는 “기둥과 콘크리트, 철근만이 반기는 곳” 같은 설명과 함께 자체적으로 매긴 공포도·안전등급·분위기 정보도 올라와 있다.

전국 곳곳의 '리미널 스페이스'를 모은 '백룸맵'. 사진 백룸맵 캡처

전국 곳곳의 '리미널 스페이스'를 모은 '백룸맵'. 사진 백룸맵 캡처


소셜미디어(SNS)에는 ‘백룸맵’에 등록된 장소를 직접 찾아간 관람객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 블로거는 “광운대역 연결 통로에 가보니, 가장 유명한 백룸 0단계 ‘노란 방’과 닮았다”며 “지하철역 안이라 큰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느낌이 있어서 5점 만점에 3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영화나 드라마 속 공간을 현실에서 찾아가거나 재현하는 ‘스크린 투어리즘’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영화 ‘살목지’가 흥행했을 때는 충남 예산군 살목지에 주말만 되면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지난 2월 ‘왕과 사는 남자’가 인기를 끌 땐 단종 유배지인 강원 영월군 청령포 등을 찾는 ‘단종 투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백룸맵'에 게시된 장소 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이아미 기자

'백룸맵'에 게시된 장소 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이아미 기자


다만 현실의 ‘백룸’으로 꼽히는 장소 상당수가 인적이 드물고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장소인 만큼 무단출입이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작품 속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몰입감이 커졌고, 이를 직접 체험해 보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SNS에 공유할 만한 특별한 경험을 찾는 과정에서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장소의 안전성과 출입 가능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아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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