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모습.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을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지난달 말 이른 시각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 빈 즉석밥 용기를 손에 든 70대 남성이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퍼내 바닥에 두 차례 뿌렸다. 그러자 ‘후두두’ 순식간에 주변 비둘기 떼가 몰려들었다.
이곳은 서울시가 지정한 ‘유해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구역’.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 남성이 뿌린 건 입자가 작은 고양이 사료였다. 당시 500g가량의 사료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의신청 절차를 거친 뒤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집비둘기 먹이주기 집중 단속을 통해 모두 3명을 적발했다. 70대 남성 1명과 60대 여성 2명이다. 이들은 500g에서 1㎏가량의 고양이 사료를 금지구역에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일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인근에 비둘기가 모여 있다. 서울시는 집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구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집비둘기는 원래 산악 등 자연 서식지에서 생활하던 조류지만 사람들이 주는 과자나 사료 등을 먹으며 도시 환경에 적응해왔다. 음식물쓰레기도 뒤진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습성 때문에 일명 ‘닭둘기’(닭+비둘기)로도 불린다.
하지만 개체 수가 늘면서 분변으로 인한 위생 문제가 커졌다. 공원에서는 배설물을 피해 걷는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에 2024년 야생생물 보호법이 개정됐다. 법 개정 이후 지자체가 집비둘기와 같은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조례로 제한하는 게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서울광장·광화문광장·서울숲 등 38곳을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금지구역에서 집비둘기 등에게 먹이를 주다 적발될 경우 1회 20만원, 2회 50만원, 3회 이상은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지난 5월까지는 제도 안착을 위한 계도·홍보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실제 적발 사례는 없었다. 이 기간 현장 계도는 940건 이뤄졌다.
지난달 1일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인근에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구역' 관련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부터는 반복적·지속적으로 일정량 이상의 먹이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제도 시행 이후 시민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먹이주기 단속과 금지구역 추가 지정을 요청하는 민원이 지난해 4월 15건에서 1년 만에 910건으로 급증하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먹이주기 금지구역 지정이 집비둘기 배설물과 소음 등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금지구역을 추가로 지정하거나 단속을 더욱 확대하는 데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이 작지 않아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먹이주기 금지와 관련해 “동물 혐오를 확산시키고 생명 경시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집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정책이 사람과 야생동물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존’하기 위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먹이를 주지 않는 작은 실천과 음식물쓰레기 관리가 시민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야생동물에게는 사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건강한 생태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