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0.25포인트(5.76%) 오른 8088.34, 코스닥은 1.69포인트(0.19%) 상승한 868.41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31번째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3일 오후 1시47분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10% 급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를 5분간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7378선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몰리며 전일보다 440.25포인트(5.76%) 오른 8088.34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는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인데,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16회·15회 발동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6회)을 넘어선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무려 10차례나 사이드카가 발동해 하루 걸러 하루꼴로 시장이 출렁였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전문가는 전대미문의 널뛰기 장세의 근본 원인으로 ‘반도체 쏠림 현상’을 꼽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25~29%를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까지 1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며 “시가총액 1·2위가 모두 반도체 기업인 구조에서 레버리지 투자까지 더해지며 지수의 진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시총 1, 2위가 모두 반도체 기업이라는 급격한 쏠림 구조 자체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된 셈이다.
이 변동성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반도체 급등장에서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 하는 포모(FOMO) 심리에 이끌려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4종에 몰린 거래대금만 212조원에 달했다. 전체 ETF 거래액의 26.6%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참담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이 가중되는 ‘음의 복리’ 효과 탓에, 최근 한 달간(6월 2일~7월 2일) SK하이닉스 주가가 7.45% 하락할 때 이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7종은 무려 31.45%나 폭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18.05%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7종은 평균 40.65%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고위험 상품이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넘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내리면 기계적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야 하는 이른바 ‘리밸런싱’ 거래를 한다. 코스피가 약 10% 폭락했던 지난달 23일, 이들 상품은 두 종목 주식을 합산해 무려 9조2000억원어치나 기계적으로 내다 팔았다. 이미 빠지는 시장에 그날 거래대금의 14%에 달하는 매도 물량을 얹어 하락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그 결과 레버리지 ETF 도입 전 평균 53 수준이던, 한국형 공포지수(VKOSPI)는 3일 90.8까지 치솟았다.
‘빚투’의 후폭풍도 현실화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반대매매 규모는 3조1525억원에 달했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했던 6월에만 9699억원이 강제 청산됐다.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한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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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 올들어 31번…2008년 금융위기 때 기록 넘어섰다
본래 이 상품은 원화 약세를 방어하고 홍콩 레버리지(CSOP자산운용의 SK하이닉스·삼성전자 2배 상품)로 향하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국내에서 빠져나간 홍콩 상품의 투자 규모는 약 5500억원에 그쳐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환율 방어도 실패했다. 상품 도입 전인 5월 하순 1500원 선이었던 환율은 이달 1530~155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이 시장 충격을 우려해 초기에는 자국 상장주를 기초자산에서 제외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후회했다”고 밝힌 데 이어, 오는 13일 주요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진퇴양난이다. 수급 분산을 위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도, 출시 한 달여 만에 급격히 룰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다. 신규 상품 출시 제한과 증거금 인상 등이 거론되지만, 이미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만큼 빠른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레버리지 ETF는 매일 리밸런싱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하락장에서는 대규모 매도를 유발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과거처럼 국민연금의 완충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 충격도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